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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프랑스·미국 맞서 승전 이끈 보응우엔잡 전 베트남군 총사령관

등록 2005-04-24 20:32수정 2005-04-24 20:32

 하노이에 있는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보 응웬 잡 전 베트남군 총사령관. 구수정 <한겨레21> 전문위원
하노이에 있는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보 응웬 잡 전 베트남군 총사령관. 구수정 <한겨레21> 전문위원


“미국은 베트남전쟁 후유증 배상하라”

‘한겨레21’, 종전 30돌 기념 특별인터뷰

“미국은 베트남이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책임이 있다.”

베트남전 종전 기념일인 4월30일을 앞두고 만난 당시 북베트남군 총지휘자 보 응웬 잡(94) 전 베트남군 총사령관은 30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미국의 책임문제를 거론했다. 한국인들에게 지압으로 알려진 그는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에서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던 디엔비엔푸 전투를 승리로 이끈 천재적 군사 전략가로 평가 받고 있다. 1954년의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지압 장군이 이끄는 베트남군은 약 60일간에 걸친 격전 끝에 1만5천명의 프랑스군 중 포로 1만여 명, 사상자 5천여 명이라는 혁혁한 전과를 올리면서 프랑스군을 궤멸시켰다. 지압은 프랑스가 물러간 뒤 베트남에 개입한 미국과의 전쟁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25일 발행된 시사주간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돼서 법리적 책임은 묻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쟁이 남긴 후유증에 대해서는 배상해야 할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미국의 고엽제 배상을 촉구하는 국제회의에 편지를 보낸 적도 있다”며 “따질 것은 따지면서 미국과의 친선관계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는 “인간의 잘못은 반복될 수 있다”면서 “결국에는 역사의 단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 이라크침공 역사 단죄 받을것
‘한겨레’, 두 민족 다리 구실 해달라”


그는 베트남이 통일되던 날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날(1975년 4월30일) 우리 당 정치국원은 모두 총참모본부에 앉아 있었다. 라디오 방송에서 드디어 우리 베트남기가 대통령 궁에 게양됐다고 전한 것이 아마 오전 11시쯤이었을 거다. 내 혁명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곧바로 호 아저씨(그는 베트남 통일 전에 숨진 호찌민 베트남민주공화국 주석을 이렇게 불렀다)에게 보고하러 갔다.”

그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쟁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과 무기” 라며 “그렇지만 더욱 결정적 요인은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는 우리나라 역사만큼이나 긴 항전의 역사를 통해 자유와 독립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며 “이것은 21세기에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평생 가슴에 새겨온 좌우명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서슴없이 미국과의 전쟁 당시 호찌민 주석이 자신에게 강조했던 혁명가의 삶의 원칙 ‘이공위상(以公爲上,나보다 우리를 섬겨야 한다는 뜻)’을 소개했다.

1911년 한 가난한 유학자 집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44년12월22일 34명의 게릴라 대원으로 베트남 해방군무장선전대를 창설해 베트남 인민군의 기초를 만들었다. 호찌민 주석이 가장 아끼던 제자로서, 47년 베트남군 총사령관에 올라 75년 베트남이 통일을 이룰 때까지 베트남군을 총지휘했다. 그는 지금도 베트남전쟁의 영웅이자 베트남 민중들의 정신적 지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전 피해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 노력해온 한겨레신문사 기자들과 독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한겨레가 과거 한국군의 흔적과 상처의 현장을 스스로 찾아 나선 것은 정말 용감한 행동이었다”며 “앞으로도 인도주의 정신으로 두 민족의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한겨레21>이 한국군 파병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보도해온 99년9월부터 한국언론 <한겨레>를 주목해왔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는 지난 3월4일 하노이 호앙지에우 거리의 자택에서 이뤄졌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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