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도 위치도
대만, 일에 사과·배상 요구…군함 출동 예정도
중 “일, 불법순시 유감”… 대만 주장에 힘 실어
중 “일, 불법순시 유감”… 대만 주장에 힘 실어
중국·대만·일본이 갈등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섬’(조어도·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과 대만이 한 목소리로 일본을 공격하고 있다. 마잉주 대만 총통 취임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경제적 협력이 정치적 영역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대만은 지난 10일 댜오위다오섬 해역에서 일본 순시선이 대만 어선을 침몰시킨 데 항의해 일본 주재 대표를 불러들이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어후훙롄 대만 외교부장은 14일 “상세한 정황을 파악하고 추가 지시를 하기 위해 일본에 주재하고 있는 쉬스카이 대표를 소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전 3시23분께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섬에서 남쪽으로 9㎞ 떨어진 해상에서 일본 순시선 고시키호와 대만 어선 롄허호가 충돌했다. 고시키호는 당시 영유권 분쟁 지역인 이곳을 순찰하고 있었다. 롄허호 선원들은 모두 구조됐으나, 배는 1시간 만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대만 정부는 12일 대만 주재 일본 대표인 일본교류협회 타이베이 사무소장을 불러 항의하고,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왕쉬치 총통부 대변인은 “댜오위다오섬의 주권에 대한 대만의 입장은 변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에 날을 세웠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롄허호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이에 격분한 대만 입법의원들은 천자오민 국방부장과 함께 군함을 타고 댜오위다오섬을 방문해 이 해역에 대한 주권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린쉬팡 의원은 “이번 주권 선언은 사실상의 군사행동”이라며 “군함이 댜오위다오섬의 12해리 안으로 진입할지 여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대만 군함이 댜오위다오섬에 접근할 경우 일본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공식 외교 관계는 없지만 사실상의 동맹관계인 대만과 일본이 동중국해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번 사건이 대만의 중국 접근을 더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만 내 여론도 격앙되고 있다. 대만 어민 100여명은 12일 일본교류협회 타이베이 사무소 앞에서 대만 영해 침범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야당인 국민당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출동했던 대만 해상 순시선이 사고지점에서 철수했다며 정부의 굴욕외교를 비판하고 있다.
중국은 댜오위다오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도 대만의 반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사건 직후 “댜오위다오섬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영토”라면서도 “일본이 인근 해역에서 불법 순시활동을 하다 대만 어선과 충돌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