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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특파원리포트] 인터넷시대의 명암…‘촛불과 칼’

등록 2008-06-22 22:30

김도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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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시대의 병리를 모두 몸에 두른 듯한 남자의 범행으로부터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 답이 당장 발견되지 않은 현실에 새삼 전율을 느낀다.”(15일치 <마이니치신문> 사회부장 칼럼)

도쿄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사건은 발생 2주가 지났음에도 일본 사회에 짙은 그림자를 더하고 있다. 용의자인 25살 파견노동자가 남긴 그림자를 따라가면, 개인적 문제와 사회적 배경이 얽혀있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

열악한 파견노동 현실에 대한 절망, 과도한 교육열을 보이던 부모에 반발해 밥도 따로 먹고 말도 안하고 지낸 불우한 성장시절 등이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주목을 받았다. 용의자 가토 토모히로의 고독감과 절망감을 세상에 대한 저주로 부추긴 또다른 현실이 있다. 소통의 수단인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그에게는 오히려 고립감을 깊게 만든 수단이었다.

그는 휴대전화 인터넷 게시판을 개설해 많을 때는 하루에 100여건의 글을 적어넣었다. “게시판은 내 생활의 일부”라며 자신의 생각과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기록해 모두 3천여건의 글을 자신의 게시판에 올려놓는 ‘휴대전화 중독증세’를 보였다.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무엇인가 하고 있는 게 도쿄의 지하철안 풍경이니, 그의 휴대전화 의존증이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처음에는 제법 댓글도 달렸다. 그러나 누리꾼들과의 말다툼 끝에 점점 아무도 댓글을 올리지 않자, 그는 “인터넷에서마저 무시당한다”라며 고독감과 절망감을 드러냈다. 가토는 범행 7시간 전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고 그대로 이행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예고를 누군가 눈치채고 멈춰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범행 사흘 전에는 누군가 말려줬으면 하는 속내를 게시판에 남기기도 했다. 정신과 의사 가야마 리카는 “커뮤니케이션의 확장은 고독한 젊은이들에게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냉혹하게 들이민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전혀 다른 표현수단으로 맹위를 떨치는 한국의 인터넷 현실에 주목한다. <도쿄신문>은 지난 17일 ‘인터넷으로 연대/한국의 중고생 거대한 데모/우리들이 주인공’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19일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경시전략이 화를 불렀다고 진단했다.

최근 촛불시위 현장을 취재한 한 일본 언론 중견간부는 한국 인터넷의 ‘선동성’에 무서움마저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엇가를 변화시키는 에너지의 절반 쯤을 일본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부러움을 표시했다. 일본인들의 현실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 일본 사회의 철저한 관리 시스템에 막혀 사회와 정치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처럼 들렸다.


도쿄/김도형 특파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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