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타임스 “미국의 동유럽 MD 설치에 대응”
미국이 동유럽에 배치하는 미사일방어(MD) 기지에 맞서, 러시아가 냉전 이후 최초로 서유럽을 겨냥한 핵무기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 인터넷판이 13일 러시아 소식통의 말을 따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정통한 이 소식통은 “(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이래, 미-러 간 동의로 비핵지대가 됐던)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에 탄도 미사일을 배치하는 계획이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러시아 의회는 열흘 전 이곳을 방문해, 핵무기 배치 가능성을 조사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이 미사일은 유럽을 겨냥하게 될 것”이며 “미국이 유럽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증대시킨다면, 러시아도 그에 따른 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러시아)가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요격 미사일 기지를 설치한다면 워싱턴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는 미국과 체코가 지난 8일 엠디 기지 설치 협정에 최종 서명하자 ‘군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러시아의 강경한 태도는 다각도로 나타나고 있다. <데페아>(dpa) 통신은 양국의 협정 서명 뒤 러시아산 원유 공급은 즉각 큰 폭으로 줄었다고 체코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한편,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지난 9일 미국의 동유럽 엠디 기지를 폴란드에 설치하기 위한 협상이 2주 안에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과 폴란드는 폴란드의 군사지원 요구를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어 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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