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친나왓(사진)
타이 법원 ‘부패 소송’ 피해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친나왓(사진]) 전 타이 총리가 영국 망명을 선언했다고 <네이션> 인터넷판 등 현지 언론들이 11일 전했다.
탁신은 이날 정오 관영 <엔비티>(NBT) 방송을 통해 보도된 성명에서 “나와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은 독이 든 나무에서 열린 열매와도 같은 일이다. 열매에도 당연히 독이 들었을 것”이라며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영국 망명의 뜻을 밝혔다.
애초 그는 이날 오전 대법원의 공직자형사재판부에 출두해 국유지 불법 매입과 관련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지난 1일 그는 베이징 올림픽 참관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중국으로 출국했다. 그러나 지난 5일 부인과 처남, 비서 등이 출국해 베이징에서 합류하면서, 타이 국내에선 그의 ‘망명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탁신 부부는 올림픽 개막식 참석에 앞서 10일 오후 귀국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이 비행기 대신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타이 대법원은 11일 오후 탁신 부부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탁신은 2006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망명생활을 하던 중, 자신의 ‘친위’ 세력인 피플파워당이 집권하자 지난 2월 귀국했다. 그러나 총리 재직 시절의 부패 관련 소송이 줄을 지어 자신을 옥죄어오자, 두번째 망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탁신은 성명에서 “피플파워당이 집권해 무죄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여겼으나,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탁신 부부는 총리 재직 시절 실시한 복권사업과 대미얀마(버마) 차관제공, 국유지 불법 매입, 세금포탈과 권력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일부 재판은 이미 진행 중이다. 탁신이 세운 타이락타이당이 전신인 피플파워당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했으나, 지난 몇 달 동안 캄보디아와의 영토분쟁과 물가 폭등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한데다, 최근에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해체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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