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미 국무 “러시아 심각하게 도를 넘어섰다”
러시아군 지휘관 “미국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러시아군 지휘관 “미국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러시아가 심각하게 도를 넘어섰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명령으로 13일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로 떠나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내뱉은 말에는 미국의 다급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라이스 장관은 “러시아가 과거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때처럼, 이웃 나라의 수도를 점령하고 정부를 전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프랑스의 평화중재안을 위반했다며 러시아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은 ‘표면적’인 이유로 여겨진다. 앞서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평화중재안에 동의했지만, 주둔지 철수 때 러시아군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칫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모호한 조항으로 마찰을 빚어왔다. 러시아군은 14일 고리의 통제권을 그루지야 경찰에 넘길 것이며, 이날부터 그루지야 영토에서 철군을 시작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으나, 그루지야 당국은 러시아군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반박하는 등 공방이 계속됐다.
뒤늦게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친서방 노선을 걸어온 그루지야가 러시아의 영향권 속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옛 소련 소속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복원도 견제하려는 뜻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3일 미군이 그루지야에 도착한 것에 대해, “백악관은 인도주의적 임무라고 주장하지만, 최근 그루지야 전쟁에서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혹평을 받은 미국의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해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14일로 예정됐던 휴가도 연기했다.
러시아의 두 번째 타깃으로 지목받는 우크라이나도 미국의 지원을 반기고 있다.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해군이나 공군이 우크라이나의 영해나 영공을 통과하려면 적어도 72시간 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도 “미국이 그루지야의 항만과 공항을 지켜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의 반격이 시작됐지만, 러시아는 느긋한 태도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이 더 구체적인 행동으로 그루지야에 대한 지원약속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그루지야를 제압한 러시아군은 더 큰 자신감으로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뱌체슬라프 니콜라예비치 러시아군 사령관은 “러시아처럼 큰 나라는 미국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은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는 ‘평화적 중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 등은 지난 4월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반대 뜻을 표명했을 만큼, 자칫 러시아와 대립을 피하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12~13일 러시아와 그루지야를 오가며 평화중재안에 대한 동의를 받아낸 데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15일 러시아를 찾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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