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서방 ‘에너지 동맥경화’ 공포 러-그루지야 전쟁으로 증폭

등록 2008-08-18 18:51

‘카스피해 수송로’ 취약성 확인…러 우회 ‘나부코 프로젝트’는 자금난
“그루지야에서 러시아의 행동은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카스피해 에너지의 수송로 역할을 하는 작은 카프카스(코카서스) 나라에 대한 서방의 의존에 잠재적 위협으로 불쑥 나타났다.”

미 일간 <시카고트리뷴>은 17일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을 계기로 카스피해와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서구의 에너지 의존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분석해 보도했다. 서방은 1990년대부터 카스피해와 중앙아시아에서 나오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러시아를 우회해, 바쿠~트빌리시~숩사 송유·가스관, 바쿠~트빌리시~제이한(BTC) 송유관, 바쿠~트빌리시~에르주룸(BTE) 가스관 등 그루지야를 거쳐 하루 120만 배럴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으로 그루지야 숩사와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잇는 송유·가스관이 일시 폐쇄되고,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이 그루지야의 바투미 항을 통한 석유 수출을 중단했다. 그루지야가 미국과 유럽의 희망과 달리 안정적 에너지 공급로가 아님이 확인된 것이다.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그루지야와 러시아의 분쟁이 유럽연합의 에너지 취약성을 보여줬다”며 “크레믈(크렘린)이 통제하는 거대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의 점증하는 지배력으로부터 석유와 가스에 대한 공급선을 다양화하려는 유럽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15일 전했다.

유럽은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원유 소비량의 약 25%, 천연가스 소비량의 거의 절반을 공급하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게 됐다. <시카고트리뷴>은 “크레믈(크렘린)이 수 십년 동안 계속된 냉전 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무기로 점점 더 큰 지정학적 힘을 행사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에너지 파이프라인을 통해 족집게처럼 능숙하게 유럽을 조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구의 두려움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1월 벨로루시를 통과하는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을 통한 유럽 석유 수출 공급을 한동안 중단했다. 러시아가 벨로루시에 수출하던 천연가스 가격을 2배 인상하자, 벨로루시는 ‘원유 통과세’를 안 내면 유럽으로 가는 송유관을 차단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러시아는 먼저 송유관의 밸브를 잠가, 벨로루시에 대한 가스 공급을 끊었다. 2006년엔 가즈프롬의 천연가스 가격 인상에 우크라이나가 불응하자, 가스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차단하면서, 유럽연합 국가들은 가스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를 놓고 “크레믈이 에너지 지배력을 무기로 써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탓에 유럽연합과 미국은 2004년부터 러시아를 거치지 않는 가스관의 건설 계획인 ‘나부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란·그루지야~터키~불가리아를 거쳐 오스트리아까지 3300㎞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이 계획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반면 러시아에서 유럽 각국까지 900㎞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러시아의 ‘사우스 스트림’ 프로젝트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낮추고 우회하려는 유럽의 계획이 쉽지 않아 보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