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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서방 ‘에너지 동맥경화’ 그루지야 전쟁으로 증폭

등록 2008-08-19 00:02수정 2008-08-19 00:39

카스피해·중앙아 수송로’ 취약 확인
러 우회‘나부코 프로젝트’는 자금난
“그루지야에서의 충돌이 아제르바이잔에서 그루지야를 거쳐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새 에너지 수송로를 세우려는 서구의 희망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지난 8일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을 계기로 서구의 카스피해와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시카고 트리뷴>은 17일 “이러한 갈등(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은 에너지 공급처를 다양화하려는 서구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전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1990년대부터 카스피해와 중앙아시아에서 나오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안정적 수송로로서 그루지야를 주목했다. 러시아를 우회하려고 그루지야를 지나는 바쿠~숩사·바쿠~제이한(BTC)·바쿠~에르주룸(BTE) 송유관 및 가스관을 건설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은 이를 “옛 소비에트연방이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사이에 쐐기를 박으려는 미국의 전략적 성공”으로 평가했다.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로를 확보하려던 서방의 이런 바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전쟁으로 바쿠~숩사 송유·가스관이 일시 폐쇄됐으며,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은 그루지야 바투미 항을 통한 석유 수출을 중단했다. <크리스찬 사이언스모니터>는 이번 전쟁이 “러시아가 카프카스(코카서스) 지역 수송로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러시아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유라시아 수송로를 건설하려는 (서방의) 계획에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유럽은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원유의 약 25%, 천연가스의 거의 절반을 러시아의 공급에 의존하는 현실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카고 트리뷴>은 “크레믈이 수 십년 동안 계속된 냉전 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또다른 무기로 점점 더 큰 지정학적 힘을 행사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에너지 파이프라인을 통해 족집게처럼 능숙하게 유럽을 조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서구의 두려움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2006년과 지난해 1월 천연가스 가격을 인상한 뒤,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가 반발하자 유럽으로 향하던 송유·천연가스관의 밸브를 한동안 잠근 바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를 놓고 “크레믈이 에너지 지배력을 무기로 써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탓에 유럽연합과 미국은 러시아를 거치지 않는 ‘나부코’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다. 이란·그루지야~터키~불가리아를 거쳐 오스트리아까지 3300㎞의 가스관을 건설하려는 이 야심찬 계획은 2004년부터 시작됐으나, 자금 조달 등 어려움에 봉착해 2013년 완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반면 러시아에서 유럽 각국까지 900㎞의 가스관을 건설하려는 러시아의 ‘사우스 스트림’ 프로젝트는 세르비아 등 경유 국가의 협력으로 착착 진행돼 왔다.


마침내 그루지야에서 전쟁까지 터지면서 그루지야를 안정적 에너지 수송로의 거점으로 삼고, 러시아의 에너지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서구의 여러 노력과 계획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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