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고령화 원인…비판·지지론 ‘팽팽’
급속한 ‘고령화’가 투표 연령도 급속도로 낮추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선 오는 28일 총선에서 16살의 청소년 유권자들이 등장한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 가입국 유권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그동안 18살 이상만 투표권이 있었다.
16살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브라질과 쿠바, 니카라과와 영국령인 맨섬과 저지섬 등 뿐이다. 투표 연령이 이처럼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다.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65살 이상 인구는 15살 이하 인구를 훌쩍 넘어섰다. 사회분석 및 조사 연구소(SORA)의 크리스토퍼 호핑거는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세대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16살 유권자’의 등장은 나라 안팎으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행정전문가인 제럴드 하이만은 “그들이 과연 정책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은 베트남전 뒤에 ‘군대에 갈 수 있으면, 투표도 해야 한다’는 논리로, 참정권 제한 연령을 21살에서 18살로 낮췄다.
반면, 영국 옥스포드대의 스테인 링겐 교수(사회학)는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도 유권자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아동들이 공공정책 결정에 영향을 더 미쳐야 한다”고 맞섰다. 체코의 인권장관인 드자밀라 스테리코파는 “사회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면, 청소년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며 최소한 자치단체 선거라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타공화국의 조셉 무스카트 노동당 총재는 “정치인들이 미디어에 민감하고 요구사항이 많은 젊은 유권자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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