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의 석유 의존형 경제
OPEC 24일 긴급회의 감산 논의될 듯
‘사우스웨스트’ 환헤지로 수억달러 손실
미·영도 주유소 기름값은 찔끔 내려
‘사우스웨스트’ 환헤지로 수억달러 손실
미·영도 주유소 기름값은 찔끔 내려
국제유가가 3주 만에 배럴당 40달러의 큰폭으로 떨어져 70달러선 아래로 내려오면서, 배럴당 150달러를 바라보던 지난 7월의 기억은 아련해졌다. 하지만 반토막이 난 유가 탓에 벌어지는 일들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산유국의 석유 의존형 경제 도이체방크는 고유가 속에 호황을 누리던 산유국 정부들이, 지금의 유가로는 재정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배럴당 95달러, 러시아는 70달러, 사우디아라비아는 55달러 선에서 재정균형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산유국들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애초 일정을 앞당겨 오는 24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오펙이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산유국들은 유가 하락이 세계경제에 결코 ‘호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일 쇼크’ 뒤 80년대 유가 하락 속에서 석유업계는 구조조정을 통해 투자를 줄인 바 있다. 그 탓에 아시아·남미 수요 급증에 대처할 여력을 갖추지 못했고, 지난 몇년 동안 유가 급등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골람 호세인 노자리 이란 석유장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유가 하락은 앞으로 생산에 큰 지장을 줄 것”이라며 “세계 경제 상황이 원인인데 지금 만족할 사람이 누가 있냐”고 말했다.
■ 고유가 우려에 헤지 나섰더니 유가가 한때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많은 항공사들이 헤지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추가 손실을 막으면서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이었지만, 지금은 악재로 돌변했다.
17년간 순수익 행진을 이어 온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올 3분기 처음으로 1억2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 1억6200만달러 순익을 낸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영업상으로는 6900만달러의 이익을 냈지만, 유가를 계약가에 묶어둔 탓에 2억4700만달러 만큼 장부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항공사들은 헤지 물량을 어떻게든 서둘러 처분하려 한다. 반면, 석유업계는 되레 이익을 보기도 한다. 다만 헤지를 중개하던 금융회사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 금융위기 속에서, 앞으로 ‘무난한’ 재계약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주유소 기름값은 왜 안 내리나 미국 에너지부(DOE)는 미국의 지난달 석유 수요가 하루 186만 배럴로 나타나, 1999년 6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소비 시장 침체 조짐으로 받아들인 석유시장에선 유가가 한층 떨어졌고, 몇달 안에 배럴당 5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선물 가격도 떨어져 올 겨울 난방비용도 줄어들 전망이다.
아직 실제 주유소에서 접하는 가격은 국제유가 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시카고트리뷴>은 국제유가가 1년 전보다도 떨어졌는데도, 국내 소비시장의 기름값은 그때보다 21% 높다고 지적했다. 석유회사들이 저유가 시기에 이익폭을 늘리는데다, 국내 시장가격의 상승폭은 국제유가 상승폭보다 적었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16일 “국제유가가 오르면 주유소 기름값은 금세 오른다. 떨어질 때도 똑같아야 한다”며 석유회사들을 압박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고유가 우려에 헤지 나섰더니
주유소 기름값은 왜 안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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