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여파 폴란드·루마니아 등 경제 악화
헝가리, 유럽연합 첫 IMF 구제금융국 될수도
헝가리, 유럽연합 첫 IMF 구제금융국 될수도
‘험난한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폴란드 일간 <지에니크>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이런 제목의 기사로 암울한 경제 상황을 전했다. 최근 은행의 신용대출이 어려워지면서, 폴란드의 개발업자들은 수천 가구의 아파트 건설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 주가가 지난해에 비해 50%나 추락한 바르샤바의 증권거래소는 공황상태다.
1991년 소련 몰락 뒤, 신흥시장 대열에 합류해 온 동유럽이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에 휘청거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 우크라이나에 16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한 데 이어, 헝가리 당국과도 구제금융 방안과 관련해 포괄적 수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7일 전했다. 분석가들은 곧 발표될 헝가리의 구제금융 규모가 적어도 10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헝가리가 국제통화기금의 지원을 받게 되면, 유럽연합(EU) 역사상 첫 구제금융 사례가 된다. 벨로루시도 이번주에 국제통화기금 대표단과 만나 구제금융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영국 경제연구소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닐 셰어링은 <에이피>(AP) 통신에 “동유럽에 대한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루마니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불가리아 등이 또다른 수혜자가 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유럽의 위기는 화폐 가치와 국가 신용등급의 급격한 추락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헝가리의 통화 포린트의 가치는 지난달 20% 가까이 추락했고, 폴란드 통화인 즐로티도 10월 기준으로 달러 대비 30% 가량 가치가 하락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는 27일 루마니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정크본드’ 수준의 BB+로 낮췄다.
이처럼 동유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제위기의 원인은 과도한 차입경제를 통한 성장전략에서 찾아진다. 국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대외 의존도가 높은 이 나라들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헝가리에서 올해 일반 가계 대출의 90% 가량이 스위스프랑이나 유로에 의한 외화 대출이다. 라트비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이 120%에 이르고, 에스토니아(100%)와 불가리아(97%)도 사정은 비슷하다.
<블룸버그 뉴스>는 28일 “(동유럽을 포함한) 신흥시장과의 끈끈한 동맹관계로 과실을 챙겼던 유럽 경제가 거대한 위협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스위스 은행 유비에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판 데오는 “옛 소련권 나라들에 대한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의 3.5%에 이르는 독일과 네덜란드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