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외교성향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의 경험 부족을 비판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최대 강점은 퍼스트레이디로, 또 상원 군사위 활동을 통해 쌓은 폭넓은 인맥과 외교·군사 분야의 경험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17일 방영된 <시비에스>(CBS) 방송 회견에서 힐러리에 대해 “필요한 충고와 조언을 해줄 인물”이라고 밝혀 힐러리의 경험을 높이 사고 있음을 내비쳤다.
힐러리와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과 일방주의 외교에 반대하면서 다자외교를 강조해 온 민주당의 외교정책 노선을 따른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힐러리는 국가안보 문제에서 좀더 강경하고 실용주의적인 쪽에 서 있지만, 외교적 접근도 강조해 왔다. 오바마는 대화를 통한 직접 외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이런 점에서 힐러리가 미국의 훼손된 국제적 위상 회복을 강조하는 오바마 행정부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힐러리는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수행을 비판하며 이라크전 종식과 병력 철수를 주장해 왔다. 북핵 문제를 두고서도 6자 회담 틀의 유용성을 지지하면서 북한과의 직접 대화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에는 반대한다. 현재, 오바마도 신중한 준비 과정을 거친 정상회담이라는 쪽으로 후퇴한 상태다. 힐러리의 좀더 현실주의적·실용주의적인 외교정책은 오바마가 희망하는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얻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기용 가능성에 대해 공화당 쪽도 환영하는 편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힐러리는 굉장한 지성과 결단력을 가진 여성”이라며 지지 뜻을 밝혔다. 공화당의 상원 2인자인 존 킬 의원도 <폭스뉴스>와의 회견에서 “힐러리는 경험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 전세계에서 널리 환영받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내 첫 반응은 아주 잘한 인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자를 포용하겠다는 오바마의 야심찬 구상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지자들은 힐러리가 오바마의 개혁 과제 수행에 맞지 않는다며 국무장관 기용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못마땅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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