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제1라운드 참가자들이 20일 오후 ‘남북관계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경태 민주당 의원, 윤여준 전 의원, 김효순 <한겨레> 대기자,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오태규 <한겨레> 수석부국장. 부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08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20일 열린 제4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제1회 라운드 테이블’ 주제는 ‘남북관계 어떻게 풀 것인가’였다. 사회자(김효순 <한겨레> 대기자)는 ‘남북관계 왜 꼬였나’, ‘오바마 당선이 남북관계에 끼칠 영향과 정부의 대응은 뭔가’, ‘경색을 풀 해법이 뭔가’의 세 가지 질문을 차례로 던졌다.
참석자들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에 맞춰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정부의 철저한 준비를 요구했다. 여기엔 여도 야도, 보수도 진보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해법으로 이명박 정부의 기존 대북정책 기조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남북관계 경색의 이유와 해결 방향을 두곤 견해차가 드러났다. 경륜과 식견을 담은 참가자들의 토론에 객석은 귀기울여 몰입했다.
“MB정부 정책기조 점검 필요”
‘라운드테이블’ 토론 한목소리 ■ 남북관계 왜 꼬였나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의 남쪽 길들이기 관행을 1차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남북관계 악화는 이미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며 “북쪽은 남쪽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과거 김대중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1년 정도는 대화를 끊고 경색 국면을 조성했던 일이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 경색 타개를 위한 진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느냐도 상당한 문제”라며 “이명박 정부가 공식적으로 장관급이나 그에 준하는 대화를 제의한 적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남북이 서로 길들이기 게임을 하고 있다”고 남북 공동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답답한 것은 북한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반면 북한은 ‘북한의 자세를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북한붕괴론으로 받아들여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정부의 대북 기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말로는 실용과 상생, 공영을 내걸면서도 실제 행위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남북 정상이 분단 이래 최초로 합의·서명한 문서인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북쪽은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태규 <한겨레> 수석부국장은 ‘북한의 남쪽 길들이기’ 주장에 대해 “정권 교체기마다 북이 강경했던 것은 맞지만, 테스트 차원이 아니라 사례에 따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반박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김영삼 정부와 판이하게 달라진 당시 정부의 진정성을 살펴보기 위한 기간을 둔 것이고, 노무현 정부 때는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반발이었다”는 것이다. 남북경색 책임론은 엇갈려
“오바마 과도기 활용” 의견도 ■ 오바마 당선 영향과 정부 대응 오바마 정부 출범이 한-미 관계와 북-미 관계, 남북 관계에 두루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는 견해가 일치했다. 정부의 적극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남경필 의원은 오바마 정부가 대북정책을 확정짓기까지의 과도기를 철저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는 2009년 오바마 정부의 우선순위에선 밀려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한·미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자세로 나가면 국익에 도움이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정 전 장관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대통령은 정상이라고 하고 있고, 유명환 외교부 장관도 ‘오바마가 당선돼도 (한-미 공조가 잘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대북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며 “남북관계 없이 한-미 관계로만 끌고 가겠다는 정부의 판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윤여준 전 장관은 오바마 당선자와 자신이 닮은꼴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을 거론하며 “(미국의 대북 기조 변화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농반 진반’으로 이 정부의 정세 인식을 꼬집었다. “대통령이 스스로 닮은꼴이라고 했고, 청와대 대변인도 비전과 철학이 같다고 했는데 정책 조정이 뭐 어렵겠느냐”는 것이다. ■ 해법은 뭔가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진전의 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부의 준비, 초당적 대응 노력이 강조됐다. 조경태 의원은 “한국이 빠진 상황에서 북-미 수교로 가면 한국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며 “정부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남북 관계 정상화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태규 수석부국장은 “여야 가림 없이 초당파 그룹을 만들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보수 쪽에 치우친 기존 정부 기조 탈피를 촉구했다. 윤여준 전 장관은 “지금 같은 정치적 대결 구도에서는 남북 관계에 대한 초당적 협력도 어렵다”며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바마 취임 후 한-미간 협의를 거쳐 대북정책이 수정되면 초당적 협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라운드테이블’ 토론 한목소리 ■ 남북관계 왜 꼬였나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의 남쪽 길들이기 관행을 1차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남북관계 악화는 이미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며 “북쪽은 남쪽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과거 김대중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1년 정도는 대화를 끊고 경색 국면을 조성했던 일이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 경색 타개를 위한 진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느냐도 상당한 문제”라며 “이명박 정부가 공식적으로 장관급이나 그에 준하는 대화를 제의한 적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남북이 서로 길들이기 게임을 하고 있다”고 남북 공동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답답한 것은 북한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반면 북한은 ‘북한의 자세를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북한붕괴론으로 받아들여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정부의 대북 기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말로는 실용과 상생, 공영을 내걸면서도 실제 행위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남북 정상이 분단 이래 최초로 합의·서명한 문서인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북쪽은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태규 <한겨레> 수석부국장은 ‘북한의 남쪽 길들이기’ 주장에 대해 “정권 교체기마다 북이 강경했던 것은 맞지만, 테스트 차원이 아니라 사례에 따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반박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김영삼 정부와 판이하게 달라진 당시 정부의 진정성을 살펴보기 위한 기간을 둔 것이고, 노무현 정부 때는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반발이었다”는 것이다. 남북경색 책임론은 엇갈려
“오바마 과도기 활용” 의견도 ■ 오바마 당선 영향과 정부 대응 오바마 정부 출범이 한-미 관계와 북-미 관계, 남북 관계에 두루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는 견해가 일치했다. 정부의 적극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남경필 의원은 오바마 정부가 대북정책을 확정짓기까지의 과도기를 철저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는 2009년 오바마 정부의 우선순위에선 밀려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한·미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자세로 나가면 국익에 도움이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정 전 장관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대통령은 정상이라고 하고 있고, 유명환 외교부 장관도 ‘오바마가 당선돼도 (한-미 공조가 잘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대북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며 “남북관계 없이 한-미 관계로만 끌고 가겠다는 정부의 판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윤여준 전 장관은 오바마 당선자와 자신이 닮은꼴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을 거론하며 “(미국의 대북 기조 변화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농반 진반’으로 이 정부의 정세 인식을 꼬집었다. “대통령이 스스로 닮은꼴이라고 했고, 청와대 대변인도 비전과 철학이 같다고 했는데 정책 조정이 뭐 어렵겠느냐”는 것이다. ■ 해법은 뭔가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진전의 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부의 준비, 초당적 대응 노력이 강조됐다. 조경태 의원은 “한국이 빠진 상황에서 북-미 수교로 가면 한국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며 “정부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남북 관계 정상화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태규 수석부국장은 “여야 가림 없이 초당파 그룹을 만들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보수 쪽에 치우친 기존 정부 기조 탈피를 촉구했다. 윤여준 전 장관은 “지금 같은 정치적 대결 구도에서는 남북 관계에 대한 초당적 협력도 어렵다”며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바마 취임 후 한-미간 협의를 거쳐 대북정책이 수정되면 초당적 협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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