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죽는 아이 더 없지만 북한은 여전히 위기상황”
“상황은 분명 나아지고 있다. 이제 보다 장기적인 지원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피에레테 부 티(55) 유니세프(세계아동기금) 평양사무소 대표는 “남아시아 지진해일 사태나 90년대 중반의 식량난 때처럼 북한에서 생존을 위한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지나갔다”며 “그러나 정치·인도적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복잡한 위기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한겨레>와 만난 그는 “1998년과 2002년에 이어 세번째로 지난해 말 실시된 북한 주민 영양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가운데 회복이 빠른 1~3살 영아의 만성 영양실조 비율이 앞선 조사에 비해 30%가량 줄어들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며 “수유기 여성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영양실조로 인한 빈혈에 시달리는 등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지만, 적어도 이제 굶어죽는 어린이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 당국이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기관의 이른바 ‘통합지원시스템’을 거부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게 부 티 대표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현재 북한에는 유니세프를 포함한 유엔 관련 기관 7개와 국제 엔지오 11개 등 모두 18개 단체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효과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프랑스인 어머니와 베트남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부 티 대표는 어린시절 5년여 정도를 베트남에서 보내기도 했다.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인류학과 사회개발을 전공한 그는 아프리카에서 개발 관련 일을 해오다 지난 95년 유니세프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이디오피아·이라크·미얀마 등지에서 경력을 쌓아온 그는 지난 2003년 10월부터 유니세프 평양사무소 대표로 활동해오고 있다.
9일 출국해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인 그는 이번 방한기간 동안 대북 지원문제를 포함해 우리 정부와 긴밀한 논의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은 1년 단위로 진행되는 긴급 지원 활동에 집중해왔다”며 “이제 장기적 차원에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는데, 6일 만난 한국 당국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자카르타 회동’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진전의 긍정적 계기로 꼽은 그는 “남과 북의 어린이는 모두 한반도의 미래”라며 “어린이를 위한 일에는 남과 북이 따로 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