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직자가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취업센터에서 구인 광고를 살펴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는 이날 ‘앤더슨 포어 캐스트’ 보고서에서 2009년 미국에서 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10년 초 실업률이 8.5%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서디나/ AFP 연합
미 하이퍼씸, 일자리 지키는 대신 임금삭감
영국 JCB 등 유럽업체도 비용절감 선택 늘어
영국 JCB 등 유럽업체도 비용절감 선택 늘어
“고용 감축 아니면 임금 삭감?”
어떤 선택이 더 나을까. 양자택일의 문제만도 아니고, 노동자, 고용주, 정부의 선택도 갈릴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이 대대적인 일자리 감축에 나선 가운데, 일자리를 지키는 대신 임금 삭감 등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5일 전했다.
미국의 민간 금속절단 장비 제조업체인 하이퍼썸은 최근 몇달 새 매출이 20% 줄었지만, 일자리 수를 줄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인건비를 낮추려 초과 근로를 없애고, 일시적으로 관리직수를 줄이는 동시에 시설확장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또 외주 공정을 다시 공장으로 가져와 생산 감소로 노동시간이 준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토록 했다. 이 기업은 지난 40년 동안 크고 작은 불황 속에서도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철강업체 코러스는 10% 임금삭감을 하는 대신에 이달 말까지 고용 감축을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코러스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며 “아일랜드계 증권사 데이비, 프랑스계 증권사 크레디리요네(CLSA), 영국의 건설장비 업체인 제이시비(JCB) 등도 최근 해고 대신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기로 했다”고 지난 10일 전했다.
비용 절감의 혁신적인 방법으로는 건강보험이나 퇴직자 연금의 사측 부담을 줄이거나, 보너스 삭감, 훈련·여비·접대비 경비 감축 등이 꼽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에서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들어서 ‘일시적 해고’ 대신 ‘영구적 해고’가 자리잡았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순환 과정에서 해고가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냇 레크흐너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교수는 “해고는 남은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뿐이고, 기업의 인적 노하우에도 손실을 끼친다”며 “경기가 회복됐을 때 기업이 새롭게 노동자를 훈련시키고 재고용하는 비용을 감안한다면, 해고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인력 감축이 비용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으로 간주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일자리를 줄이고 있지만, 실업률로 골머리를 앓는 각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기를 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앞으로 2년 동안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11월 한달 동안에만 53만3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일자리를 줄이고 있지만, 실업률로 골머리를 앓는 각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기를 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앞으로 2년 동안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11월 한달 동안에만 53만3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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