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중 1명 난민 ‘참혹한 생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 현장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해 ‘작별인사’를 하려 했지만, 이라크인들의 절망과 분노를 상징하는 신발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10월 아프간을 침공한 뒤 이어서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해, 두 나라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이라키바디카운트’는 미군 점령 5년 동안 폭력 사태로 살해된 이라크 민간인 수를 8만9881~9만8133명으로 추산한다. 이라크 인구 다섯 중 한 명꼴인 470만명은 목숨을 부지하느라 집을 떠나 국내 또는 시리아와 요르단 등에서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미군은 자유와 재건을 약속했지만 이라크인들에겐 전력도, 안전한 식수도, 일자리도 오지 않았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내전으로 매일 수백명이 살해되던 2006~2007년에 비해 폭력사태가 줄어든 것은 미국의 ‘병력 증강 작전’의 성공이 아닌,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시아파의 승리, 미국이 수니파 무장세력에게 일자리와 돈을 제공하며 동맹을 맺은 결과다. 지난 15일에도 북부 모술에서 9명, 바그다드 근처에서 11명이 폭탄공격 등으로 숨지는 등 이라크인들의 목숨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미군이 ‘탈출’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라크는 다만 잊혀지고 있을 뿐이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의회는 미국과의 안보협정을 승인했다. 이라크 내 400여 기지에 주둔하는 15만명의 미군이 내년 6월까지 주요 도시와 마을에서 철군하고, 2011년 12월31일까지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이라크에 이어 테러와의 전쟁의 새로운 주무대로 선언한 아프간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미군과 영국군을 중심으로 한 7만여명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7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온 아프간에서는 2001년 축출된 탈레반이 세력을 회복해 국토의 72%를 장악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군은 탈레반 소탕작전을 벌인다며 마을들을 무차별로 폭격해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 한해 대테러 전투로 최소 4천여명이 숨졌고, 이 중 3분의 1은 민간인이라는 유엔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7월 동부 난가르하르에서 친지의 결혼식에 가다 미군의 폭격을 당한 하지 칸은 16일 <가디언>에 “손주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굉음이 들리고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비명 속에 눈을 떠보니 손주의 손만 남아 있고 몸의 다른 부분이 사라져 버렸다”고 참상을 전했다.
점령에 대한 분노가 아프간인들을 탈레반 지지세력으로 만들고 있다. <가디언>은 미군 폭격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탈레반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지역 사령관인 물라 주비알라 아혼드는 이 신문에 “미군에 죽은 이들의 오빠·삼촌·친지들이 가족의 원수를 갚으려고 탈레반에 합류해 미군과 싸운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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