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가자봉쇄 풀리면 휴전 적극고려 약속했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중동정책을 비판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지미 카터 전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해 자신의 중동 방문 경험을 근거로 이스라엘의 비타협적·비인도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한편, 서방과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하마스가 평화협정을 적극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터는 8일 <워싱턴 포스트>에 실은 기고에서 지난해 4월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도시 스데로트를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은 어쩌면 쉽게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가 서안과 가자 양쪽의 포괄적 휴전협정을 원하고 있는 반면, 이스라엘은 가자 이외의 그 어떤 것도 토론하지 않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카터는 하마스 지도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 중단과 인도주의 물품 공급만 재개된다면, 휴전을 적극 고려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고 밝혔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간의 평화협상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아바스와의 협상의 걸림돌이라며 비난을 퍼부어 왔다. 그는 “하마스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 등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로켓포 공격을 주장해 왔지만, 이들의 말은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고 전했다.
카터의 방문 한 달 뒤,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비롯한 모든 군사행위가 향후 6개월 동안 멈출 것이란 소식이 나왔다. 그러나,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은 곧 멈춘 반면, 이스라엘의 봉쇄는 계속돼 음식과 의약품 등 구호품 지급은 하루 700대의 트럭이 오가던 2005년 수준의 20%가량만 채워졌다고 카터는 증언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중동을 다시 찾은 카터는 “이스라엘 관리들과 만나 하마스의 로켓 공격 중단 대가로 가자 봉쇄를 해제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하마스가 48시간 동안 모든 로켓 공격을 중단한다면 인도주의 물품의 15%만 공급할 수 있다는 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하마스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적개심만 키웠다는 것이다. 카터는 “워싱턴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얻은 이스라엘이 휴전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거절하고 있다”며 “이번 가자 침공 이전에도 150만 가자지구의 주민들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비슷한 수준으로 굶주리고 있었다”며 이스라엘를 비판했다.
카터는 2006년 이스라엘과 미국의 편향된 중동정책을 비판하는 <팔레스타인, 분리가 아닌 평화를>을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중동정책을 다룬 경험에 바탕해 미국의 중동정책이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의 로비에 의해 크게 왜곡되고 있으며, 지금의 팔레스타인 상황은 남아공 백인정권 치하의 아파르트헤이트보다도 못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150개 이상 갖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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