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 카우프먼(78·사진)
노동당 중진 제럴드 카우프먼
유대인 출신인 영국 집권 노동당 중진 의원 제럴드 카우프먼(78·사진)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마찬가지라고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영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행동과 정책을 용납해서는 안 되며, 무기 금수조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우프먼 의원은 15일 영국 의회 연설에서 2차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나치에 살해된 자신의 할머니가 현재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그는 “나치가 마을로 쳐들어왔을 때 할머니는 아파 누워 계셨고, 독일 병사의 총에 맞아 숨졌다”며 “내 할머니는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할머니들을 살해하는 이스라엘 병사들의 구실이 되기 위해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비유대인들의 죄의식을 팔레스타인 살육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이 대부분 전투원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바로 당시 나치의 주장이었다”며 “나치는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운 유대인들의 몸부림을 전투행위로 간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도 ‘매우 비열한 조직’이라고 비난했지만, “그러나 그들은 민주적으로 선출됐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
카우프먼 의원은 언론인 출신으로 1970년부터 하원의원으로 활동해온 저명한 정치인이자 작가다. 그는 나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도망온 정통 유대교 집안에서 자랐고, 한때 친 이스라엘 단체의 회원이었지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자로 변신했다. 2002년 <비비시>(BBC) 방송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젊은 시절 이스라엘 건국에 열광했다가 어떻게 환멸을 느끼게 됐는지를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2003년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며, 조지 부시는 “내 정치 인생에서 본 가장 지적으로 퇴행한 미국 대통령”이라고 일갈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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