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사회포럼(WSF)에 참가한 남미 각국 정상들이 29일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이 사진은 브라질 쪽이 배포했다. AP 연합
각국 활동가 12만명 브라질에 모여
남미정상들 “오바마가 변화상징”
남미정상들 “오바마가 변화상징”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실패 선고를 받으면서, 세계 경제의 대안을 찾으려는 진보진영의 모임인 제9회 세계사회포럼(WSF)에선 ‘새로운 세계는 가능하다’는 변화의 희망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브라질 북부 아마존강 들머리 도시 벨렝에서 열린 올해 사회포럼에는 전세계 12만여 시민운동가와 활동가들이 모였다. 포럼 사흘째인 29일 행사장에 모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 남미의 좌파 정상들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시장 중심 자본주의를 치유할’ 변화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조지 부시 전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교차했다.
청중들의 환호 속에 등장한 룰라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이 좌파의 진보가 실제 이뤄지고 있다는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0년 전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쏴죽였던 나라에서 흑인 대통령을 뽑은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속도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부시 행정부를 비난하면서 “세계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려는 대통령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조 지도자 출신 룰라 대통령은 지난 3년 동안 참석했던 ‘부유한 이들의 잔치’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 올해는 가지 않고, 세계사회포럼으로 돌아왔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오바마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환상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결정이 “미국의 변화를 위한 신호”라고 환영하면서, “쿠바 영토인 관타나모는 쿠바에 반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좀더 공평하고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경제학자 출신인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탐욕과 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 정책은 실패로 끝난 잘못된 시스템”이라며, 신자유주의가 일으킨 경제위기를 치유하는 데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미가 200년 전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이래 경제적으로 제2의 독립을 이룰 때가 됐다”며 남미 단일통화를 창설하고 각국의 중앙은행을 하나로 합쳐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은 “남미는 변하고 있으며, 북쪽(미국)도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있다. 우리는 그들(미국)이 그토록 효율적이라고 선전하던 경제정책들이 실패한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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