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선 “이주민 고용반대” 잇단 파업
미국서도 불법 이민자 문제 다시 불거져
미국서도 불법 이민자 문제 다시 불거져
선진국들이 자국의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세계적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온 이주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두자릿수를 향해 가면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아이오와주의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당)은 지난주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직원을 해고할 때 이주노동자들을 먼저 해고하도록 촉구했다. 이 회사는 향후 18개월 동안 5천명가량을 해고할 방침이다. 그는 “경기가 어려운 만큼, 이주노동자들을 먼저 해고해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도덕적 책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해 불법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약속했지만,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 등은 경기침체 기간에 이런 법률 제정은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지난달 28일 링컨셔의 린제이 공장 노동자들이 ‘이탈리아 및 포르투갈 노동자 고용 반대’를 외치며 시작한 파업은 30일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최소한 11곳 정유공장 노동자 3천여명의 동조 파업으로 번졌다. 2일에도 셀라필드 핵발전소 등지의 계약직 노동자 1천여명이 추가로 파업에 동참했다.
영국일반노조(GMB) 등 영국의 노동단체들은 “기업이 (자국민에 비해) 더 값싼 임금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만든 2007년 유럽재판소의 결정을 번복하는 새로운 유럽연합 지침이 수립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미 2012년 런던 올림픽 경기장 건설공사장에서 일해온 200여명의 루마니아 노동자들이 최근 두 달 동안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조용히 해고됐다고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스페인은 정부 차원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보조금을 쥐여주면서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수십년 만에 최악의 경기침체에 부닥친 스페인 정부는 일자리를 잃은 이주노동자들이 최소한 3년 동안 돌아오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적잖은 액수의 실업수당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의 건설경기가 활황일 때 수백만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지만, 실업난이 악화된 지금은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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