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스기지 사용료·군범죄 발단
키르기스스탄(키르기스) 정부가 3일 자국 안의 미군기지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중앙아시아 전략에 타격이 예상된다.
러시아를 방문한 쿠르만벡 바키예프 키르기스 대통령은 이날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미국이 마나스 공군기지에 대한 사용료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미군기지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6년 마나스 기지에 주둔하던 미군이 키르기스 트럭 운전사를 총으로 쏴 죽인 일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여전하다며, 이런 모든 요인이 폐쇄 결정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간 전쟁을 시작하면서 키르기스와 우즈베크의 미군 기지를 주요 보급로로 사용해 왔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주둔 미군 최고 사령관도 지난달 중앙아시아를 방문하면서 “마나스 공군기지가 미군 3만명의 아프간 증파 계획을 돕는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2005년 5월 우즈베크 정부는 안디잔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면서, 자국내 하나바드 공군기지 철수를 요구했고, 같은해 11월 미군이 철수했다. 이후 마나스 기지는 미군의 아프간 작전 수행에 필수적인 중앙아의 핵심 기지가 됐다.
친서방 노선의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와 달리, 미-러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쳐온 키르기스의 이번 결정엔 경제원조를 약속한 러시아와 더 돈독한 관계를 맺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엄청난 채무에 허덕이는 키르기스 정부에 20억달러의 차관과 1억5천만달러의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마나스를 ‘미국에 대단히 중요한 군사기지’로 부르는 등 키르기스 정부의 폐쇄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중앙아시아 책임자인 로버트 시먼스도 2~3일 키르기스의 수도 비슈케크에 머물며, “마나스 기지가 (아프간 작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협상의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다”며 “만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체코와 폴란드의 미사일방어(MD) 기지설치 계획을 중단한다면, 러시아도 미국의 대아프간 작전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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