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자의 새로운 궤변”
영국·프랑스 등서 반론 잇따라
영국·프랑스 등서 반론 잇따라
‘보호주의는 악이고, 세계화가 선인가?’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연일 ‘보호주의 반대’와 ‘자유무역’을 외치는 것이 ‘세계화’로 역행하려는 의도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고삐 풀린 세계화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적절한 규제 없이, 보호주의 비난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각국 정부의 위선에 대한 비판이다.
영국 자선단체 ‘워온원트(War on Want)’의 존 힐러리 사무총장은 지난 3일 <가디언> 기고문에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세계화’를 지지하기 위한 새로운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며 “그가 지난 12년 동안 줄기차게 옹호해온 ‘자유롭고 유연하며, 개방된’ 시장경제를 지속하려는 항변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보호주의 반대론’을 역설한 브라운 총리의 발언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당시 브라운 총리는 “(경제위기로 닥친 문제들을 풀 때) 개방과 자유무역, 유연성, 지속가능한 세계화 등의 개념을 버려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사무총장은 “보호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논리가 많은 논객들에 의해 부풀려지고 있다”면서 “세계화와 자유시장 모델을 재고하는 것이 반드시 (관세를 급격히 올린) 1930년대로 돌아가거나 아돌프 히틀러 시대로의 회귀를 뜻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 경제위기를 초래한 뿌리 깊은 원인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세계화의 또 다른 복수”라며 “탈규제와 개방에 근거한 과거의 실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브라운 총리는 여전히 금융시장의 규제를 없애는 조항을 포함한 도하라운드의 신속한 결론만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최신호도 ‘자유주의자들의 새로운 궤변’이라는 기사에서 “경제위기 책임론으로 한때 의기소침했던 신자유주의자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며 “위기를 촉발시킨 자유방임주의자들이 반성은 커녕, 금융규제와 정부 철학 부재를 비난하면서 이데올로기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주의’ 논쟁은 최근 미국이 경기부양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공사업의 경우 미국산 제품만 쓰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넣으면서 가열됐다. 유럽 안에서도 프랑스 정부가 자동차 업체를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생산공장을 자국 안에서 가동시키도록 압박하면서, 보호주의 경계령이 확산됐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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