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야당지도자 선거출마 금지 판결 반발확산
경제위기에 탈레반 활개 등 대외여건도 최악
경제위기에 탈레반 활개 등 대외여건도 최악
탈레반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야당 지도자의 피선거권을 박탈한 판결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대테러전쟁으로 이미 혼란스런 정국이 첩첩산중으로 치닫고 있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25일 최대 야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를 이끌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형제의 공직 취임을 금지시킨 지난해 고등법원의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1999년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쿠데타로 총리직에서 쫓겨난 샤리프 전 총리는, 부패와 테러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평생 정치활동을 금지당한 채 추방된 바 있다.
샤리프 쪽은 이번 판결에 정권의 외압이 있었다며 전국적인 반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판결 직후 샤리프의 근거지인 펀자브주 곳곳에선 피엠엘엔 당원들을 중심으로 수천명이 쏟아져나와 시위를 벌였다고 일간 <새벽>(DAWN)이 보도했다. 샤리프 자신도 즉각 아시프 자르다리 대통령을 판결의 배후로 지목하고 나섰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펀자브 주총리였던 샤리프의 동생이 해임돼 공석이라는 이유로 주지사 직할통치를 명령했다. 대통령과 같은 인민당(PPP) 소속인 주지사의 권한을 강화시켜, 샤리프 형제의 영향력을 최소화한 셈이다. 펀자브 이외 지역에서 이들의 지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곡물값 급등으로 식량위기를 겪었고,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인도 뭄바이 테러를 저지른 조직이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뒀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앙숙이었던 양국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에선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휴전하는 대신 그들의 자치를 허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은 자르다리 정부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을 6~12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 대테러전을 위해선 파키스탄 정부의 안정적 도움이 절실한 가운데, 존 케리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25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미국의 긴급 원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