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와 토끼머리 청동상이 각각 1400만 유로(270억원)에 낙찰됐다.
중국의 반환 요구에도 프랑스에서 경매에 부쳐진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 원명원(위안밍위안) 유물이 거액에 낙찰됐다. 중국 정부는 문화적 권리와 민족감정을 훼손한 행위라며 중국과의 관계에 악영항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23~25일 열린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 경매 마지막날, 원명원 12지신상 가운데 쥐와 토끼머리 청동상(사진)이 각각 1400만 유로(270억원)에 낙찰됐다. 낙찰가는 애초 예상호가 800만 유로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다. 경매를 주관한 크리스티 쪽은 익명의 전화 입찰자에게 팔렸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낙찰 직후 성명을 내 크리스티 쪽에 엄중 항의했다. 국가문물국은 성명에서 “문화재는 원래 소유국에 귀속돼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통 인식을 어긴 이번 경매의 책임은 전적으로 크리스티에 있다”며 “중국 인민의 문화적 권리와 민족감정을 훼손한 행위로, 중국과의 관계에 엄청난 악영항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경매장 앞에선 중국인 유학생 수십명 등이 유물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중국 변호사 81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은 앞서 프랑스 법원에 경매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중국 인터넷에선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격문이 도는 등 반프랑스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두 나라 관계는 티베트 문제를 둘러싸고 이미 악화된 상태다.
이날 낙찰된 유물은 2차 아편전쟁(1856~60년) 당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원명원을 파괴하면서 가져간 것이다. 지난해 6월 숨진 생 로랑이 소장해오다 이번에 경매에 부쳐졌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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