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고든 브라운영국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바마, 브라운 대접 냉랭…“부시와 달리 신세 안져” 분석
“(고든 브라운이) 누구?”
3일 오전, 고든 브라운(그래픽 왼쪽) 영국 총리와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의 첫 회담에 앞서, 갤럽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브라운 총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40%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29%는 좋다거나 싫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51번째 주라면 오바마를 찍겠다’던 영국인들의 자부심은 정작 브라운의 미국행을 계기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브라운과 거리를 두려는 오바마의 ‘의중’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먼저 오바마는 최근 백악관 집무실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흉상을 영국 대사관에 돌려보내면서, 영국을 긴장시켰다. 치약을 함께 나눠 쓸 정도였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간의 끈끈했던 관계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오바마는 양국 정상 간에서 보여졌던 전례와 달리, 브라운에게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여장을 풀도록 권하지 않은데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늘 해온 의례적 환영사도 생략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4일 “부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세계의 사랑을 받은 대통령이 동맹국에 대해 이렇게 냉랭한 대접을 하는 것이 놀랍다”고 전했다. 브라운의 ‘글로벌 뉴딜’ 제안에 대해서도, 오바마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영국 언론들도 연일 양국 간 이상기류를 보도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오바마에게 기가 눌린, 고든 브라운의 굴욕”이라며 흥분했고, <가디언>도 “오바마가 브라운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브라운이 오바마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토니 블레어가 이라크전 등에서 부시에 무조건적 지지를 보낸 것과 달리, 오바마는 브라운에게 신세를 진 일이 없다”며 “또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운 탓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바마로선, 부시 행정부 시절 영국의 재무장관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한 배경에 깊이 연루돼 있는 브라운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의 홀대와 달리, 브라운은 4일 미 의회에선 “세계 경제회복을 이끌 미국의 임무”를 강조한 연설로 19차례나 기립 박수를 받았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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