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경기부양 먼저” “금융규제 강화 먼저”
유로존 16개국, 미 요청 거부
유로존 16개국, 미 요청 거부
전세계가 추가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미국과, 금융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우선시하는 유럽이 충돌하고 있다. 4월2일 주요·신흥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를 앞두고 새 국제 금융질서를 둘러싼 양쪽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유로화를 쓰는 16개국(유로존) 재무장관들은 9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추가 경기부양 조처를 마련하자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회담을 이끈 장 클라우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유럽이 추가적 경기부양 예산을 짜도록 고집하는 미국의 요청은 우리가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2010년까지는 이미 통과된 경기부양책이 어떤 효과를 낼지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경제외교의 장이 될 금융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유럽간의 불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재정지출 확대를 우선 과제로 제기하려는 미국과 달리, 유럽 나라들은 느슨한 규제가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며,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주요 7개국과 중국·인도 등이 최소한 국내총생산 2% 수준의 경기부양 조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임의로 설정한 경기부양 규모의 최저선을 보여준다. 주요·신흥 20개국 가운데,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는 나라는 미국(2%)과 스페인(2.3%), 사우디아라비아(3.3%), 중국(2%), 오스트레일리아(2.1%)뿐이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8일 “전세계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금융위기를 초래한 시장의 불안요인을 걷어내는 장기적 목표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마찰은 유럽 나라들이 미국에 비해 인플레 부담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분석했다. 미국은 금융규제 강화가 자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는데다, 의회 승인을 필요로 하는 금융시장 규제 계획을 아직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태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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