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이후 미-중 군사대치 일지
미 “2001년 이후 최악의 군사분쟁” 압박
중 “미 선박은 간첩선”…양국관계 ‘암초’
중 “미 선박은 간첩선”…양국관계 ‘암초’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미국과 중국 함정의 군사적 대치가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고위급 군사교류를 재개하기로 하는 등 순항하던 미-중 관계가 암초에 부딪힌 격이다. 남중국해의 패권을 잡기 위한 미-중의 군사적 대결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안보국장은 10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건은 2001년 4월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충돌한 사건 이후 ‘최악의 군사적 분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군사 정책이 한층 공격적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이를 하나의 추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발생한 공중 충돌은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초기 일어났다. 충돌 직후 미국 정찰기는 하이난섬에 비상착륙했고, 승무원 24명은 11일 동안 억류됐다. 이번 해상 대치 역시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오바마 정부의 행동 반경을 시험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비방전을 펼치고 있다. 브라이언 휘트니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9일 “해군 정보선과 어선 2척을 포함한 중국 선박 5척이 우리의 관측선을 위협했다”며 “중국 선박의 이런 행동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해군 함정이 국제법과 중국의 법률을 어겼다”며 “미국의 위협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남중국해가 미-중의 군사적 대결 가능성을 안고 있는 위험지역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은 최근 이 지역에서 꾸준히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의 이런 부상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해상 대치가 벌어진 곳은 중국의 해군기지가 밀집한 하이난섬에서 남쪽으로 불과 120㎞ 떨어져 있다. 하이난섬에는 중국의 최신예 구축함과 디젤잠수함 등이 배치돼 있다. 머잖아 항공모함도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미국의 관측선을 ‘간첩선’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중국해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대한 법적 해석도 군사적 충돌의 소지를 안고 있다. 중국은 이 해역에서 외국 군함의 통과는 허용되지만 군사적 활동은 용인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 해역을 일반적인 공해로 간주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남중국해 주변국들의 군사적 긴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설혹 상대가 미국이라도 중국의 영토와 자원을 넘본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대만 등 중국과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놓고 다투는 주변국들로선 중국의 이런 강경한 태도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이 북한 핵 문제와 세계적 금융 위기 해소를 위한 미-중의 협력관계에도 파열구를 낼 수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민감한 의제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11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열어 이 문제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전망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이번 사건이 북한 핵 문제와 세계적 금융 위기 해소를 위한 미-중의 협력관계에도 파열구를 낼 수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민감한 의제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11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열어 이 문제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전망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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