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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특파원리포트] 보호주의 본색 드러낸 오바마 정부

등록 2009-03-23 21:23수정 2009-03-23 22:11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자국사업자 위해 멕시코트럭 금지
한-미 무역협정도 ‘가시밭길’ 예고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회원국인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트럭분쟁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 의회의 보호주의적 기류를 상징한다.

미국쪽이 지난 11일 미국내 멕시코 트럭운송 금지를 통보한 데 대해 멕시코 정부는 17일 미국의 조처 발효와 동시에 다음날부터 90개품목 24억달러 상당의 미국상품에 대해 10~45%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프타에 따라 모든 상품은 비관세이다. 멕시코는 5억달러의 물류 수송피해를 보복관세로 보상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교통부와 무역대표부, 국무부가 나프타에 부합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하지만, 다음달 오바마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 때까지도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94년에 발효된 나프타협정 2019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00년 1월1일부터 멕시코 트럭들이 미국으로 수출품의 수송을 전면허용키로 되어 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 안전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2001년 나프타 분쟁조정패널이 멕시코쪽의 손을 들어준 이후에도 미국 정부는 이런 입장을 고집해왔다. 2007년 부시 행정부가 일부 멕시코트럭들의 미국 내 수송을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시범프로그램 운영을 도입해 돌파구가 마련됐다. 하지만 관련예산 삭제안이 지난 11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발효한 정부지출법안에 포함되고, 18일 이 내용이 관보에 게재되면서 미-멕시코 간 오랜 갈등이 끝내 폭발한 것이다.

멕시코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한 미국은 멕시코 트럭의 안전기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론 운송업자와 운송노조의 이익 보호가 그 목적이다. 특히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강성노조 전미트럭운송조합(팀스터)의 입김에 휘둘린 결과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자동차 조항의 재협상에 대한 또다른 강성노조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요구도 오바마 정부와 의회가 무시하기 힘들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멕시코간 트럭 분쟁은 미국내 산업의 이익과 일자리 문제가 문제시될 때 대외관계보다는 자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미 행정부와 의회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선 당시 나프타 재협상을 주장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무역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강조하는 ‘자유롭고 공정한’(free and fair) 무역이란 미국의 국내 기준을 무역상대국들에게 자의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보호주의에 다름 아니다.

경기부양책에 포함된 ‘바이 어메리카’ 조항은 미국산 물품의 우선적 구매를 규정한 보호주의의 대표적 사례이다. 환경대통령을 표방한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회담에서 양국의 에너지 협력방안을 논의했지만, 미국내 옥수수 농가 보호하기 위해 책정된 53%의 고율관세 인하에 대한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는 수펴 301조 부활 법안뿐 아니라, 탄소배출이 많은 신흥공업국의 수출품에 탄소세에 버금가는 관세나 부가세를 부과하자는 법안 등이 상정돼 있다.


이런 분위기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부시 행정부 시절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별 문제가 없다”며 이례적으로 우선적 통과를 시사했던 파나마자유무역협정도 세금도피처 금지법안이 발의되면서 다시 불투명해졌다. 파나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금도피처로 지목한 8곳 가운데 하나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갈 길이 더욱 멀다. 미 행정부나 의회의 입장은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미국 통상관계자들은 “일차적으로 협정 밖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재협상은 마지막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미 통상관계에 밝은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한국의 선비준이 미국의 비준 과정에 압력이 될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막바지 협상중인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조기 타결이 보다 효과적인 압박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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