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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국 일방주의에 중남미 우방 이탈”

등록 2005-05-17 18:55수정 2005-05-17 18:55



중미FTA·멕시코 이민통제문제 등 ‘삐걱’
FT “브라질·아르헨, 중국등으로 눈 돌려”

“10년 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중남미 지역 정상들이 첫 만남을 가졌을 때, 이 지역에선 양자관계에 대한 낙관론이 풍미했다. 그러나 오늘 되돌아보면 그것은 양자분열의 시작이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남미지역에서 미국이 지도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16일 보도했다. 그 원인은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대외정책 탓이라는 게 이 신문의 진단이다.

현재 양쪽 관계의 시금석으로 떠오른 것은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이다. 니카라과,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등 6개 나라가 이 협정의 미국쪽 상대방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섬유·설탕업체, 노조 등의 반발에 부닥쳐 협정 비준을 머뭇거리고 있다.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들로선 다급한 처지가 됐다.

이 협정이 잘못될 경우 앞으로 추진 예정인 브라질·아르헨티나와의 협정 협상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이 이민자 통제를 강화한 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1994년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와의 관계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이 지역에서의 미국 위상의 실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최근 치러진 미주기구(OAS) 사무총장 선거다. 미국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까지 나서 친미성향의 사람을 밀었으나 결국 브라질이 지원한 칠레의 호세 미겔 인술사 내무장관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2002년엔 베네수엘라의 군부 쿠데타를 지원했다 실패했고, 같은 해 볼리비아 대선에선 코카인 원료인 코카 재배자조합의 지도자인 에보 모랄레스를 낙선시키려다 반미감정만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 농지 배분을 요구하고 있는 브라질의 ‘토지없는 농민운동’(MST) 회원 1만여명이 16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느린 농지개혁과 경제정책에 항의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 \
이 지역의 친미정권도 설자리를 잃고 있다. 에콰도르의 루시오 구티에레스 대통령이 최근 쫓겨난 것을 비롯해 카를로스 메사 볼리비아 대통령도 축출당할 처지에 있다. 엔리케 볼라뇨스 니카라과 대통령은 좌파 의회에 의해 실권을 거의 다 뺏겼다.

원인은 미국의 일방주의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신문은 뉴욕 외교협회(CFR)의 중남미 전문가 말을 빌려, 이들 나라들은 1980년대와 90년대 미국에 가까이 갔으나 “상황이 나빠지자 미국이 등을 돌렸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중국의 고성장에 따른 원자재 수요 급증으로 인해 돌파구가 생김으로써 미국 지원에 대한 절박감도 다소 떨어진 상태다. 예컨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풍부한 콩·구리·철광석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크게 늘어 이들 나라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주고 있다.

좌파가 정권을 잡은 우루과이도 미국에서 벗어나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원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의 국가주도형 독자노선은 천연가스가 풍부한 에콰도르와 볼리비아에서도 새로운 대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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