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란 핵개발 저지와 대비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저지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원자력 발전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오는 2017년까지 아부다비에 아랍권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해 수십명의 미국 엔지니어와 사업가들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일 보도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이 신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프로그램을 ‘세계를 위한 모델’로 보고 있다”며 “이달 중순까지 의회에 양국 핵협력 조약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직전 서명한 이 조약은 미국 기업과 아랍에미리트의 원자력 거래를 허용하고, 대신 아랍에미리트는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플루토늄을 재처리하지 않고 국제시장에서 승인된 핵연료를 구입하고 국제사찰을 받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이다.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는 급속한 개발로 전력 수요가 급증해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도 어차피 중동에서 원자력 확산이 불가피하다면 미국의 기술과 국제기준으로 구속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도 최근 미국의 지원을 받아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국제시장에서 핵연료를 구입하도록 함으로써 핵무기 개발을 차단할 수 있는 이런 모델이 이란과 개발도상국에게도 ‘역할 모델’이 될 거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평화적 핵개발 권리”를 주장하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대비되며 ‘이중 잣대’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미 의회 내에서도 아랍 국가에 원자력 기술을 전파하는 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부 의원들은 아랍권의 한 국가가 원자력 기술을 갖게 되면 다른 나라로도 흘러들어가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며, 이번 조약 승인을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과거 아랍에미리트가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으로 민감한 군사기술이 거래되는 통로였다고 지적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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