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미주기구 정상회의에서 만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부터 우루과이 출신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쓴 <수탈된 대지>를 선물받고 있다. 이 책은 지난 500년 동안 서구로부터 착취받은 남아메리카 역사를 다루고 있다. 포르트오브스페인/ AP 연합
쿠바 이어 베네수엘라에도 화해 손길
차베스 “관계개선 희망” 친근감 표시
차베스 “관계개선 희망” 친근감 표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에 이어 베네수엘라에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7일 카리브해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오바마는 먼저 악수를 청했고, 차베스 어깨에 손을 얹기도 했다. 이날 오바마는 스페인어로, 차베스는 영어로 인사말을 건네며 서로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차베스는 오바마에게 “양국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며 “8년 전 이 손으로 부시와 악수를 했다”고 말했다고 베네수엘라 쪽이 전했다. 차베스는 이날 행사 직전 오바마와 만난 자리에서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고,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적인 사람으로, 전임자(조지 부시 전 대통령)와는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차베스는 오바마에게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쓴 <수탈된 대지>라는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 책은 남아메리카 역사를 미국과 유럽 제국주의의 착취라는 비판적 시각으로 다룬 것이다.
오바마와 차베스의 ‘뜨거운 악수’ 이후인 18일, 미국 국무부는 베네수엘라에 다시 대사를 파견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는 등 실질적인 화해 조처를 내보였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 직무대행은 차베스 대통령이 미주기구 정상회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양국간 대사 파견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렇게 발표했다. 우드 대변인은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긍정적 상황 전개”라고 설명했다.
앞서 차베스 대통령은 미주기구 베네수엘라 대표부의 로이 차데르톤 대표를 새 미국 대사로 임명한 뒤, 이에 대한 미국 쪽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와 미국은 지난해 9월 각각 상대국 대사를 추방한 바 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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