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주기구(OAS) 정상회담 중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책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라틴아메리카의 노출된 혈관들>(Las Venas Abiertas de America Latina·한국어판은 <수탈된 대지>)을 건네는 모습이 보도된 지 24시간도 안 돼, 19일 현재 이 책의 영어판 (사진)는 온라인서점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단번에 2위로 뛰어올랐다. 이전 순위는 5만4295위였다. 스페인어판도 90위권에 진입했다.
18일 차베스는 이 책의 스페인어판을 오바마에게 선물한 뒤 그와 악수를 했다. 책에는 “오바마에게, 애정을 담아”라고 씌어 있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후 차베스는 기자들을 향해 “이 책은 우리 라틴아메리카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좋은 제스처”라며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루과이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1971년에 펴낸 이 책은 스페인이 남미대륙을 정복한 뒤 500년 동안 계속된 식민지배와 제국주의의 착취를 다룬 좌파의 필독서다. 미국이 신식민지국가로 중남미 국가들을 지배·착취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저자 갈레아노는 지난 1973년 우루과이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뒤 이 책 때문에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차베스가 2006년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면서 일독을 권유한 노엄 촘스키의 <패권인가 생존인가>(Hegemony or Survival)도 연설 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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