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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뉴욕통신] 영화제아닌 영화제 ‘깡통영화제’

등록 2005-05-19 18:37수정 2006-04-15 21:55

미국 뉴욕에서 작은 영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프랑스의 리비에라해안에서 열리고 있는 칸영화제와는 달리 붉은 카펫도 화려한 드레스에 한껏 멋을 낸 여배우도 없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캔스 필름 페스티벌’, 우리말로 ‘깡통 영화제’가 되는 이 영화제는 굶주리는 이웃에 음식을 전해주는 푸드뱅크가 주최했다.

마천루가 하늘을 찌르고,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의 돈이 거래되는 곳이 뉴욕이다. 하지만 같은 하늘 아래 하루 세끼를 제대로 해결하기 힘들어 배를 곯는 뉴욕시민들이 200만이 넘는다. 푸드뱅크는 이들 가난한 뉴욕시민들에게 음식물을 나누어주는 단체이다. 개인 혹은 기업체로부터 기부를 받아 마련한 음식물을 쌓아 두고 있는 푸드뱅크 본부는 대형 할인매장과 같은 모습이다. 뉴욕 북쪽 끝 브롱크스에 있는 이곳으로부터 매일 수십대의 트럭으로 24만끼에 해당하는 음식물을 뉴욕 시내 곳곳으로 실어 나른다. 그런데 푸드뱅크가 제공하는 음식물은 안전을 위하여 주로 깡통에 담은 음식이기에 이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영화제의 이름을 깡통영화제라고 붙인 것이다.

푸드뱅크 홍보담당자인 빅토리아 몬데시레는 “재미있는 행사를 통해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모으고 이들에게 굶주리는 뉴욕시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 모금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하고자 영화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유명한 미니시리즈 드라마 <소프라노>의 마이클 임페리올리가 이 영화제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영화상영 장소도 이색적이다. 17일 개막한 영화제의 첫 번째 영화 상영장소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맨해튼 동쪽 끝 이스트 빌리지의 남미 음식점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음식점을 가득 메운 50여명의 관람객들은 100달러짜리 표를 사고 온 사람들이다. 상영작은 2004년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인 <파리를 죽이고 싶다>이다. 메뉴가 900개가 넘는 웨스트 빌리지의 한 음식점과 그 음식점 주인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은 이 영화를 참석자들은 시종 유쾌하게 관람했다.

영화제 마지막 날인 오는 22일에는 트라이베카 영화관에서 오드리 헵번 주연의 고전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 행사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몇몇 비디오 소매상들은 영화제 티켓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소형 항공사인 제트 블루에서도 20장의 비행기 티켓을 기부했다.

영화제 아닌 영화제, ‘깡통영화제’가 그 영화제의 목적대로 굶주리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더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뉴욕/유영근 통신원 justsociet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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