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더치셸 제3세계 군사정권 지원 혐의 재판 시작
군사정권과 결탁해 유전지대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막대한 이권을 챙기는 거대 석유 메이저들의 행태가 재판대에 올랐다.
세계 최대의 석유기업중 하나인 로열더치셸이 나이지리아 군부 독재정권 밑에서 반정부 활동가 켄 사로 위아에 대한 반인도적 행위를 지원한 혐의로 20일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됐다. 셸이 니제르 삼각주에서 석유생산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비판하던 사로 위아가 석유 생산을 방해하고 이미지를 실추시킬 것을 우려해, 군대 등의 탄압활동에 자금과 헬리콥터 등을 지원했다는 혐의다. 작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사로 위아는 셸의 유전개발로 원주민 오고니족의 삶터가 파괴되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고발하다가, 군사정권에 의해 1995년 11월 결국 사형당했다.
이번 소송은 사로 위아의 아들과 나이지리아 군사정권의 피해자 가족들이 제기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4년 외국인이라도 인권침해 피해자 등은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사로 위아의 아들은 “아버지는 셸이 언젠가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늘 말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셸은 “결코 폭력을 부추긴 적이 없고, 오히려 정부가 관용을 베풀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재판은 제3세계에서 벌어지는 석유 메이저와 독재정권의 결탁에 대한 기념비적 재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석유 메이저들이 환경 파괴, 독재정권과의 결탁, 반인도적 행위 지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셰브론은 에콰도르에서 정글을 오염시킨 혐의로 고소당했으며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270억달러를 보상할 수도 있다. 엑손모빌은 인도네시아 천연가스 공장에 고용된 병사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아빈드 가네슨 휴먼라이츠워치 기업인권국장은 “셸이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이들 기업의 행태를 빠르게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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