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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초라한 후세인’ 사진 아랍권 술렁

등록 2005-05-22 20:04수정 2005-05-22 20:04


‘수감자 학대’ 막나가는 미군

 영국 대중지 <선>이 감옥에서 팬티만 입은 채 죄수복을 개고 있는 후세인 전 대통령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라크와 아랍권이 술렁이고 있다.

최근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군 조사관들이 <코란>을 모독했다는 보도로 아랍권 전체에서 엄청난 비판에 휩싸였던 미국 정부는 사태를 주시하며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후세인의 변호인단은 이 사진들이 공개된 것은 전쟁포로에 대한 보호를 명시한 제네바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선>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영국의 <선>과 미국의 <뉴욕포스트>가 20일과 21일 흰색 팬티만 입은 후세인의 모습을 비롯해 의자에 앉아 빨래를 하거나 철조망 뒤에 서 있는 후세인의 사진 등을 실으면서 시작됐다. <선>의 편집장은 “저항세력에 타격을 주기를 원하는 미군 관계자를 통해 사진을 입수했다”고 밝혔으며, 인권 침해라는 비난에 대해서도 히틀러에 버금갈 독재자의 몰락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미지”라고 응수했다. 이 신문은 쿠르드족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수감돼 있는 후세인의 측근 알라 하산 알 마지드와 탄저균 전문가 후다 살리 마흐디 암마쉬의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라크뿐 아니라 아랍국가들에서는 당황하거나 분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직업적, 윤리적 이유”로 이 사진들을 방영하지 않는다며 아부 그라이브 사건과 코란 모독 파문으로 아랍권에 쌓인 반미감정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후세인 변호인단의 대표인 지아드 알 카사우나는 “<선>이 공개한 사진은 인간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아랍인과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아랍어 주요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도 이번 사진과 이를 비난하는 이라크인들 반응을 계속 내보냈다. 범아랍 신문 <알 쿠즈 알 아라비>는 “자유와 인권에 대해 부르짖는 미국의 주장이 넌센스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썼다. 바그다드에서는 발행부수가 많은 5대 일간지가 1면에 이번 사진을 실었다.

그러나, 후세인 시절 그의 권력기반이었던 수니파들이 사진 공개를 강하게 비난하는 데 비해 많은 시아파나 쿠르드족 주민들은 ‘그럴만 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최근 악화되고 있는 종파간 갈등에 불씨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들어 정치적으로 고립돼 있는 수니파들은 성직자 살해에 항의하며 19일부터 3일 동안 모스크를 폐쇄한 데 이어 21일에는 정치인과 성직자, 부족장 등 대표들이 단일 정치연합을 창설해 내무장관 바얀 자브르의 사임을 요구했다.



바그다드 수니파 거주지역의 노동자인 아흐메드 무하마드는 <뉴욕타임스>에 “후세인은 35년 동안 우리의 대통령이었다. 선하든 악하든 또는 독재자였던 누구도 그런 사진을 보여줄 권리는 없다. 무엇보다도 그는 인간이고 이라크인이다”라고 말했다.

쿠르드족 변호사인 심코 아드함은 “후세인이 보잘 것 없는 범죄자들과 다를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후세인은 깨끗한 방에서 샤워도 할 수 있고 옷도 빨 수 있지만 그가 권력에 있을 때 수감자들은 후세인이 누리는 것의 10%도 허락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중동지역 담당 대변인인 도로시아 크리밋사스는 “후세인 전 대통령의 사진을 찍거나 이를 이용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으며 이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반미 감정 확산을 우려해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사진 촬영과 유출에 대해 군이 철저한 조사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트렌트 더피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이 사진들이 포로 학대 사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이라며 “미국은 조사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이 사진이 1년전쯤 촬영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03년 말 미군에 체포된 후세인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으며, 영국 <옵저버>는 후세인이 창문도 없이 작은 환기구만 있는 독방에서 지내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한겨레> 국제부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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