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와 유전개발 협정
중국과 미국 등이 각축을 벌여온 아프리카 자원 개발 경쟁에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에서 우마르 야르아두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석유탐사와 천연가스 개발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러시아가 나이지리아에 투자하는 규모는 수십억달러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은 나이지리아 국영석유회사(NPPC)와 공동 출자로 합작법인을 설립해 석유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러시아의 투자는 2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러시아는 나이지리아 천연가스를 알제리를 거쳐 유럽으로 실어나르는 총길이 4128㎞의 사하라 종단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이 계획은 애초 전체 가스 수입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연합(EU)이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마련했지만, 러시아는 비슷한 제안을 나이지리아에 내놨다. 러시아 주도로 사하라 종단 가스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면,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가스 통제권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23일부터 이집트를 시작으로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중이다. 이집트에서는 러시아 업체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나미비아에서는 25일 우라늄 개발 등을 협의했다. 마지막 방문국인 석유수출국기구(오펙) 의장국 앙골라에서는 석유와 다이아몬드 개발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의 주요 목적은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과 자원경쟁의 지분을 만회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옛소련 시절 아프리카 공산주의 게릴라 활동 등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했고, 한때 약 3만5000명의 지원인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련 붕괴 뒤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이 급속도로 줄었고, 최근에는 풍부한 자금을 무기로 한 중국에 비해서도 한참 뒤처졌다. 중국과 나이지리아의 교역규모는 한 해 11억달러에 이르지만, 러시아와 나이지리아는 한 해 3억달러 수준이라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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