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파라 포셋
연인 라이언 오닐 곁에서 눈감아
텔레비전 시리즈 <미녀 삼총사>(Charlie’s Angels)에 출연해 1970년대를 상징하는 ‘섹스 심볼’로 떠올랐던 배우 파라 포셋이 25일 암투병 끝에 숨졌다. 향년 62.
2006년 희귀한 항문암 판정을 받은 뒤 투병생활을 해온 포셋은 이날 산타 모니카의 병원에서 오랜 연인 라이언 오닐 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러브 스토리>의 주연 배우이자 포셋의 오랜 연인, 아들 레드먼드의 아버지였던 라이언 오닐은 “암과 용감하게 싸워온 사랑스러운 파라가 세상을 떠났다”면서 “가족과 친구들은 아주 힘들지만 파라와 함께 했던 아름다운 시간과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던 그의 인생을 알기에 위안을 찾는다”고 말했다.
포셋은 자신의 암투병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노력을 담은 진솔한 비디오 일기인 <파라의 이야기>를 제작해 지난달 <엔비시>(NBC)를 통해 방영하기도 했다.
텍사스주 출신인 포셋은 텍사스주립대학 10대 미녀로 뽑힌 사진이 영화계 인사의 눈에 띄어 연예계에 데뷔했다. 1976년 비밀에 싸인 백만장자의 지시를 받고 범죄와 싸우는 여성들의 이야기인 <미녀 삼총사>에 출연하면서 빛나는 금발과 환한 미소로 금새 스타가 됐다. 당시 포셋이 몸에 꼭 붙는 붉은 수영복을 입고 찍은 포스터는 수백만장이 팔리면서 그 시대의 상징이 됐고, 그의 금발 헤어스타일도 미국 여성들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
포셋은 <미녀삼총사>로 유명세를 얻은 뒤 곧 이를 그만 두고, 영화와 연극 등에 출연하면서 ‘섹스 심볼’ 이미지를 넘어선 진지한 역할을 맡아 연기력을 보이려 노력했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600만불의 사나이>의 리 메이저스와 이혼 한 뒤 1980년부터 17년 동안 오닐과 함께 살다 헤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01년 오닐이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다시 만났으며, 오닐은 암투병 중인 포셋의 곁을 지켰다. 오닐은 “포셋이 건강해지면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웨딩드레스도 준비했다”고 밝혔으나, 포셋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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