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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란에 부는 ‘숙청 바람’

등록 2009-06-28 19:46

석유부 부장관 개혁성향 글 썼다가 해임
민병대원, ‘지붕시위’ 차단위해 시민 위협
이란 정부가 거리시위를 진압한 뒤, 개혁파에 대한 대대적 숙청에 나서고 있다. 테헤란 등에서 시민들이 밤마다 지붕 위에 올라가 구호를 외치는 ‘지붕시위’를 계속하자, 민병대가 가가호호 돌며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6일 테헤란 시민들을 인터뷰해, 바시지 민병대원들이 ‘지붕시위’를 차단하려고 시민들의 집에 침입해 기물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구타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헤란 바나크 지역의 한 주민은 “22일 옥상에서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을 때 바시지가 동네에 들어와 구호를 외치는 집들을 향해 허공에 총을 쏘기 시작했다. 사촌은 바시지 대원들이 집에 들어와 문과 차를 부쉈다며 두려움에 질렸다”고 말했다. 테헤란 북부에 사는 한 여성도 “23일 바시지가 지붕시위를 하는 이들을 위협하며, 발로 문을 차고 담을 넘어들어와 사람들을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민병대원들은 외국 언론을 시청하지 못하도록 위성방송 수신기도 압수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강경보수파 고위 성직자인 아야톨라 아흐메드 하타미가 26일 전국에 생중계된 금요기도회 설교에서 “사법부가 교훈을 주는 차원에서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고 폭동 주동자를 처벌하길 원한다”며 “이슬람 체제와 싸우는 이들은 모두 처형당할 만하다”고 선언한 것은 개혁파를 향한 ‘경고장’으로 해석된다.

지난주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와 외부세계의 소통은 거의 모두 차단됐다. 무사비의 웹사이트는 폐쇄됐으며 그가 소유한 신문사는 폐간되고 신문사 관계자 25명이 체포됐다. ‘이란인권을 위한 국제연대(ICHR)’는 지난 12일 대선 이후 최소 230명이 체포됐고, 이중 29명만 석방됐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정부 안에서도 현 정권에 충성도가 낮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한 숙청이 진행되고 있으며, 7~8월로 예정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에는 숙청이 본격화할 것으로 27일 전망했다. 석유부 부장관이자 떠오르는 관료였던 악바르 토르칸은 최근 개혁파 성향의 신문에 글을 썼다가 해임됐다.

이제 사태는 거리시위에서 이슬람 공화국의 양대 진영인 보수파와 개혁파 사이의 치열한 막후 정치적 공방전으로 번졌다. 한 개혁파 지도자는 <더 타임스>에 “정부가 1라운드에서 이겼지만, 재 아래에 불씨가 남아 있다”며 사태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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