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 러 경유않고 미·유럽행
카스피해 원유를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 실어나를 세계에서 가장 긴 ‘비티시(BTC) 송유관’이 25일 개통됐다. 카스피해는 중동에 이은 새로운 원유 공급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는 이날 송유관 개통식이 열렸다.
아제르바이잔의 바쿠-그루지야의 트빌리시-터키의 세이한을 연결하는 1760㎞ 길이의 이 송유관은 미국과 영국 등의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 등 카스피해 국가들에서 생산한 원유를 하루 100만배럴씩 터키 지중해 연안으로 실어나르게 된다.
영국의 메이저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송유관 운영 컨소시엄의 지분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코노코필립스와 유토칼, 프랑스의 토탈, 노르웨이의 스타토일, 아제르바이잔 국영 소카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지원으로 세계은행 등을 통해 조성된 36억달러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이 송유관 건설은 1994년부터 추진됐다. 옛 소련이 붕괴되자 독립한 카스피해 국가들의 석유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을 대체할 새로운 원유공급처를 찾던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이를 실어나를 ‘세기의 계획’으로 추진된 것이다. 2006년에는 거의 비슷한 노선의 가스관이 완공될 예정이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제르 바쿠~그루지야 트빌리시~터키 제이한
‘BTC송유관’ 개통 카스피해 지역에는 중동,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 규모인 2200억배럴의 원유와 16조~19조㎥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세계 주요 시장으로 실어나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러시아의 시피시(CPC) 송유관이나 흑해를 이용하는 기존의 수출 노선은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새 송유관을 통해 이 지역 원유를 자신들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러한 경쟁이 이 지역을 ‘지정학적 격전장’으로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송유관이 통과하는 그루지야에서는 지난해 시민혁명을 통해 친서방 정부가 들어섰으며, 종착점인 세이한 항구 가까이에는 미군 인지를리크 기지가 있다. 이 송유관 프로젝트를 후원해 온 아제르바이잔의 부자세습 정권에 대한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 카스피해 유역 국가인 러시아와 이란은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 등이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협력하려는 데 대해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송유관을 둘러싼 그동안의 뜨거운 논란에 비해 아직은 하루 운송량이 전세계 생산량의 1%밖에 안 돼 국제원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송유관 통과지역의 환경 오염에 대한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BTC송유관’ 개통 카스피해 지역에는 중동,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 규모인 2200억배럴의 원유와 16조~19조㎥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세계 주요 시장으로 실어나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러시아의 시피시(CPC) 송유관이나 흑해를 이용하는 기존의 수출 노선은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새 송유관을 통해 이 지역 원유를 자신들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러한 경쟁이 이 지역을 ‘지정학적 격전장’으로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송유관이 통과하는 그루지야에서는 지난해 시민혁명을 통해 친서방 정부가 들어섰으며, 종착점인 세이한 항구 가까이에는 미군 인지를리크 기지가 있다. 이 송유관 프로젝트를 후원해 온 아제르바이잔의 부자세습 정권에 대한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 카스피해 유역 국가인 러시아와 이란은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 등이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협력하려는 데 대해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송유관을 둘러싼 그동안의 뜨거운 논란에 비해 아직은 하루 운송량이 전세계 생산량의 1%밖에 안 돼 국제원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송유관 통과지역의 환경 오염에 대한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