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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볼리비아 ‘에너지 주권 시위’

등록 2005-05-25 18:28수정 2005-05-25 18:28

 24일 볼리비아 수도 라 파스에서 한 무장 경찰이 가스산업 국유화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젊은이를 발로 차고 있다. 라파스/AP 연합
24일 볼리비아 수도 라 파스에서 한 무장 경찰이 가스산업 국유화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젊은이를 발로 차고 있다. 라파스/AP 연합
b>농민·야당 “다국적기업 세금 더 내라”…일부 군인 대통령 사임요구

2년 전 유혈 ‘가스전쟁’을 치렀던 남미의 최빈국 볼리비아에 가스 국유화를 요구하는 농민 등의 시위가 격화되고, 일부 군인들이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등 수도가 마비상태에 빠졌다. 가스 수입국인 브라질·아르헨티나가 볼리비아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하는가 하면, 가스 개발·채굴을 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훌리오 세사르 갈린도 중령 등 일군의 군인들은 25일 볼리비아 민영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과 내각은 사임하고 국민의 정부를 만들라”며 “이는 쿠데타가 아니라 국민의 선언”이라고 밝혔다. 앞서 24일엔 가스 국유화를 요구하고 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산타크루스의 자치를 반대하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수도 라파스의 주요 도로를 봉쇄하면서 라파스가 마비상태에 빠졌다. 이들은 전날 엘알토에서 라파스까지 거리행진을 벌였으며 라파스 시내 역사 유적지인 산프란시스코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또 이웃 엘알토에서도 시위대가 라파스와 공항, 주요 지방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코카 재배 조합과 ‘사회주의 운동당’(MAS)의 지도자인 에보 모랄레스가 주도하고 있는 이 시위에는 농민들을 비롯해 학생, 광산노동자 등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가스 산업을 국유화하거나 외국계 기업에 부과하는 세율을 현행 50%보다 더 많이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스 개발의 혜택이 정부와 다국적 기업에만 돌아가는데다 마약을 근절하려는 미국의 압력에도 반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8월 가스 산업의 중심지인 산타크루스가 자치를 위한 국민투표를 벌이는 것도 분리운동으로 보고 막으려는 것이다.

사정이 급박해지자 인접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상황 파악을 위해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주 카를로스 메사 대통령은 기존 18%의 세율을 50%로 높인 새 법안을 사실상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가스산업에 35억달러를 투자한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의 업체들은 정부간 협상이나 국제 중재·소송 등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볼리비아의 가스 개발을 위해서는 40억달러 이상이 더 필요하지만 최근 시위가 격화되면서 투자액수가 1998년 6억달러에서 지난해 1억7500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 보이지 않는 실마리=볼리비아는 1990년대 중반 자유주의 정부가 석유와 가스산업을 민영화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였다. 수익을 외국 자본이 독식해가면서 다시 국유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80여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까지 빚어졌다. 이 사태로 당시 대통령이 물러나고, 세금을 올리는 조처가 취해졌으나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아 이번에 다시 불씨가 살아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메사 대통령은 2007년까지인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국 불안은 사회적인 불평등과도 맞물려 있다. 볼리비아인의 60%는 가난한 농촌의 원주민으로 오랫동안 사회 경제적인 차별을 받아왔다. 마약의 원료인 코카를 재배해서 살고 있는 이들은 부의 재분배, 토지 개혁 등을 요구해 왔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또 부유한 산타크루스 지역이 분리운동을 벌이면서 농민들과 갈등을 빚어온 것도 사태를 극단으로 몰고온 원인으로 분석된다.

볼리비아의 가스 매장량은 1조5600억㎥로 남미에서 베네수엘라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생산량의 75%는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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