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불황의 도시’
미 경기침체로 관광도시 치명타
실업률 12.3%…집 매물도 늘어
실업률 12.3%…집 매물도 늘어
미국 경기침체의 여파가 특히 미국내 관광도시들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3분의 1을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하와이는 50년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최근 항공사 두 곳과 크루즈 여객선 두 곳이 하와이 노선을 폐지할 정도로 관광객들이 급감하고 있다. 올 상반기 관광객들의 지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이 여파로 하와이의 실업률은 7.4%로 지난 31년래 최고 수준이다. 주정부 세수도 지난해보다 10% 줄었다. 때문에 최근 하와이에선 대대적인 가격할인 행사가 이어진다. 하와이주 의회 재정위원장인 마르쿠스 오시로는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무료 식사, 무료 강습을 제공하며 제발 좀 와달라고 통사정을 한다”고 말했다.
‘도박 도시’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더하다. 1년 전 500달러였던 750스퀘어(21평)짜리 고급호텔 하루 숙박료가 지금은 109달러다. 여기에 50달러짜리 상품권은 덤이다. 오성호텔인 트럼프 호텔의 숙박료도 128달러, 가족호텔인 서커스서커스는 여인숙 수준인 22달러다. 지난 20년간 불황을 모르던 라스베이거스가 혹독한 날들을 겪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 표지이야기로 “라스베이거스(Las Vegas)가 (덜 쓰고 덜 내는) ‘레스베이거스’(Less Vegas)가 됐다”고 보도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실업률은 2006년 3.8%에서 지금 12.3%로 올랐다.
최근 몇 년간 라스베이거스 건설 붐을 일으켰던 부동산 쪽은 집중포화를 맞았다. 도시 곳곳에 지어지던 건물들이 중단된 채 서있고, 라스베이거스에 집을 샀던 사람들은 앞다퉈 집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제1의 컨벤션 도시였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행사 취소도 줄을 잇는다. 금융위기 여파로 라스베이거스에서 행사를 여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도박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비즈니스와 컨벤션의 도시로 거듭 나려던 라스베이거스의 시도는 경기침체 탓으로 오히려 다시 ‘도박 도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타임>은 내다봤다.
캘리포니아도 예외는 아니다. 샌디에이고의 특급호텔인 란초 베르나르도는 정상가격 219달러인 방을 19달러로 이용할 수 있는 ‘서바이벌 패키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방만 제공할 뿐, 방 안에는 침대, 수건, 화장실 휴지, 에어컨, 전등 등 아무 것도 없다. 올해 이 패키지 신청건수는 420건에 이르렀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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