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지원 중단
미국의 대북한 식량원조 정책이 크게 달라진 것인가. 홍수 등 자연재해로 북한의 기근이 극심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미국은 연간 20만~70만t의 식량을 지원했다. 그러나 2002년 10월부터 북핵 문제가 불거진 뒤 미국은 중유 공급 중단과 더불어 식량원조를 대폭 감축했다. 지난해 7월 유엔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약속한 5만t을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에 걸쳐 제공한 것이 최근 실적의 전부다. 그러다 올해에는 새로 식량을 원조한다는 방침 자체가 없어 아예 지원을 끊을 태세다.
미 국제개발국(USAID) 앤드루 냇시오스 국장은 상원 외교위원회 증언에서 “미 행정부는 식량원조를 무기로 삼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의 대북 식량원조 중단이 북한의 핵개발 재개에 대한 제재 차원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은 아프리카지역의 기아사태에 견줘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수단과 이디오피아는 인구의 20~30%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인 반면, 북한은 인구의 7% 정도만이 이런 상태라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식량원조 중단의 또다른 이유로 식량배급 감독 활동에 대한 북한의 비협조적 태도를 지적한다. 이를테면 ‘무감시 무원조’ 원칙이다. 지난해 통과된 북한인권법은 미 국무부와 국제개발국에 대해 대북 원조 제공시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해 놓고 있다. 특히 보고서에는 원조 식량이 피해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됐다는 증거를 담아야 한다. 국제개발국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감시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는 미국 쪽 요구에 “긍정적으로 응하지 않았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 규정을 근거로 한 미국의 대북 식량원조 중단은 식량을 무기화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강인봉 통신원 inbk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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