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총선 지켜본 세계시각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30일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일본 총선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의 의미와 파장을 가늠하기에 바빴다.
미국 언론들은 50년 만의 정권교체가 실질적인 큰 변화를 이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번 선거는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인한 좌절감의 지표이자 자민당의 정책 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도 상실의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민주당 지도자인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선거 유세에서 마치 오바마처럼 ‘변화’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 정부가 출범해도 미-일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비시>(ABC) 방송은 하토야마 대표의 전 안보보좌관인 나가시마 아키히사가 “국내 정치에서는 급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외교정책은 급하게 바꿔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을 인용 보도하면서,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민주당 집권으로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미-일 동맹이 일본 외교정책의 뼈대라는 현실은 변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류장융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앞으로 중-일 간에는 경제문제나 전략적 협력 등 현실적 이익 문제가 중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언론들은 하토야마 대표와 오자와 이치로, 간 나오토 전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3인방이 창당 이래 10년 넘게 수차례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인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중국 사회과학원의 일본 전문가 장보위는 <중국신문망>에 “민주당 정부가 아시아 중시 외교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미-일 동맹 유지가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민주당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민감한 역사문제에서는 양국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자민당에 비해 민주·인권 등을 더 강조하는 민주당 정권과 티베트 문제 등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실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자민당 집권이 너무 길었다”거나 “유권자들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4년새 4명의 총리가 바뀌는 것은 난센스”라는 일본 유권자들의 발언을 전하면서, 민주당이 이미 참의원에서도 사회민주당 등 소수정당들의 지지를 받아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하토야마 대표는 일본이 대외정책의 비중을 미국에서 아시아로 옮겨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하토야마 대표가 “아직까지 미국 달러가 세계통화이긴 하지만, 미국은 향후 20~30년간 군사·경제적 강국으로만 남아 있을 것”이란 말로 미국의 영향력 감퇴를 시사했던 사실을 환기시켰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조일준 기자 ho@hani.co.kr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조일준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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