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대거 포함된 듯…유엔 진상조사 요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4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공습을 해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90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번 사건은 쿤두즈주에서 탈레반이 나토군의 석유탱크 두 대를 탈취해 주민들에게 기름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석유탱크를 탈취당한 나토군이 탈레반을 겨냥해 공습을 했고 기름을 퍼가던 민간인들도 같이 희생된 것이다. 현장을 목격한 모하메드 다우드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탈레반이 기름 탱크 한 대를 강을 거너 가져왔다”며 “탈레반이 주민들에게 기름을 가져가라고 하자 주민들이 양동이나 바가지 등 기름을 퍼담을 수 있는 도구를 닥치는 대로 들고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다우드는 “공습 당시 기름탱크 주위에 몰려들었던 이들 모두가 숨졌다”고도 했다.
민간인이 얼마나 숨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라자크 야쿠비 쿤두즈 지방 경찰서장은 탈레반 56명이 숨졌다고 밝혔지만 민간인 희생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현장에서 화상을 입은 이들이 많기 때문에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도 보인다.
나토군은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들이 희생돼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유엔은 나토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유엔의 아프간 부특사인 피터 갤브레이스는 “민간인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습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팀을 현장에 파견할 방침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대변인도 “아프간 정부 자체적으로도 진상 조사를 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지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작전에서 민간인 희생자는 지속적으로 줄어왔지만 실수가 나올 수 있다”며 “나토도 따로 진상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