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
베네딕토 16세, 500명 초청 계획…신성모독 갈등 빚어와
교황이 신성 모독 논란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현대 예술계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바티칸 교황청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사진)가 오는 11월21일 로마 시스티나성당에서 전세계 예술가 500명과 만날 예정이라고 <가디언>이 13일 전했다. 이번 행사는 1964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주최한 예술가들과의 만남 45주년을 기념해서 열린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9년 가톨릭 교회는 예술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한지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교황청은 종교와 정치적 견해, 예술 장르에 상관없이 예술가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시네마 천국> <미션> 등의 영화음악 작곡으로 유명한 엔리오 모리코네와 미국 무대감독 봅 윌슨 등 75명은 이미 참석의사를 밝혔다.
가톨릭 교회는 현대 예술계와 최근 전위적 작품들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마르틴 키펜베르거의 조각 ‘발부터 먼저’가 대표적이다. ‘십자가에 못박힌 개구리’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녹색 개구리가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박힌 채 한손에는 달걀 또다른 손에는 맥주를 들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 작품을 보고 “사람들의 종교적 감수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지만, 작품을 전시한 박물관은 전시를 강행했다. 웃옷을 반쯤 벗은 금발 여인 모습으로 교황을 묘사한 파올로 슈미들린의 조각 ‘미스 키티’ 또한 지난 2007년 논란을 일으켰다. 밀라노 미술관은 사람들의 각종 위협 때문에 이 작품을 결국 전시장에서 철거해야 했다.
바티칸 교황청은 이번 만남이 “예술과 신앙의 새롭고 풍요로운 동맹으로 향하는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오 파올루치 바티칸 박물관 관장은 “이번 행사가 엄청난 이혼 뒤 화해”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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