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압박 일지
“사찰 수용” 거듭 경고
영·프 정상들도 동참
중·러 동참여부 관건
영·프 정상들도 동참
중·러 동참여부 관건
이란의 제2 우라늄 농축 시설 논란을 계기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이란 압박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란을 향해 “핵시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와 대립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26일 라디오 주례연설에서도 “문제 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을 수용하든가, 아니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도 27일 <시엔엔>에 나와 “이란은 모든 강대국들을 속였기 때문에 매우 궁색한 처지에 빠져 있다”면서 “중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군사적인 대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오바마는 25일 오전,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의 제2 우라늄 농축 시설 의혹을 공개했다. 회견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함께 참석해 대이란 압박이 ‘국제적’임을 드러냈다.
세 정상들의 합동 기자회견은, 이란이 지난 2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서신을 보내 기존 나탄즈 지역 우라늄 농축 시설 이외에 평화적 목적의 ‘또다른 실험용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중임을 통지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2005년부터 수도 테헤란 남서쪽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중이며, 내년에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오바마는 “시설의 규모와 배치 등을 볼 때 평화적 프로그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서방은 이 시설이 ‘평화적’이라는 주장을 믿지 않기에 전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제조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5일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원자력기구의 요구사항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시설은 18개월 뒤에나 가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 시설 가동 6개월 전 통보규정’을 준수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란 데일리> 신문의 모하마드 레자 모하마드 카리미 편집장은 <아에프페>(AFP) 통신을 통해 “이 시설의 존재를 공표함으로써 이란은 핵 개발 프로그램 강행 의사를 확고하게 밝히면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다음달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P5+1)과 이란이 벌이는 핵 협상에서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관건은 러시아와 중국의 동참 여부다. 최근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 철회로 미국과 한층 가까워진 러시아는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지지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중국도 제2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해 사찰 수용을 촉구하는 등 서방과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러시아가 자신들이 지어준 부시르 핵원전 연료공급 중단 등의 강력한 조처를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중국 국영기업이 이란에 정유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도 중국의 대이란 제재가 가능할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유다.
국제사회가 대이란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란 관영 <프레스 티브이>는 27일 혁명수비대가 이날 지대지 단거리 미사일인 ‘파테110’ ‘톤다르69’ ‘젤잘’의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보도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이란 제2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위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도 테헤란 남서쪽 160㎞ 산악지대 콤 지역의 위성촬영 사진이 26일 언론에 공개됐다. 콤/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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