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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시라크 ‘풀뿌리’에 혼쭐

등록 2005-05-30 22:25수정 2005-05-30 22:25



반대운동 특정지도자 없어
경제·신자유주의 ‘민심악재’
총리경질 등 정계개편 대두

29일 프랑스에서 유럽연합 헌법이 부결됨에 따라 유럽에서의 프랑스 위상이 도전을 받게 됐다.

‘프랑스의 추락’으로 일컬어질 만한 이 사태는 경제와 실업률 상승 등에 대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 정부에 대한 심판과 통합 이후의 주권 약화 등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극좌진영을 비롯한 반대파 수천명은 파리시내 바스티유 광장 등에 모여들어 밤늦게까지 북을 치거나 경적을 울리면서 자축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지도자들과, 역시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한 사회당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유럽연합 헌법이 부결된 주된 이유는 미국과 영국 등이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주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이른바 ‘앵글로색슨’식 흐름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다. 실업률이 10%에 이르고,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전통적인 서유럽식 복지모델이 위기에 처한 데 대한 반발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반정부 시위는 이런 상실감의 표시다.

예컨대 유럽이 명실상부한 정치·경제 공동체가 될 경우, 극단적인 자유시장 원리가 횡행함으로써 프랑스의 전통적인 사회보장 모델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값싼 국외 노동력이 밀려들면서 정작 자신들의 일자리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프랑스인들은 최근의 주35시간 노동제 폐지를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우파들 처지에서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이 프랑스 주권을 내놓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10월에 협상을 시작하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이 빚을 실업사태 등에 대한 불안 등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투표 뒤 여론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반대자들은 중도좌파였으며, 이들 중 75%는 자신이 노동자라고 밝혔다.
▲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이번 헌법 반대 운동은 뚜렷한 지도자가 없는 풀뿌리 운동이었다고 <비비시방송> 인터넷판이 지적했다. 사회당에서는 로랑 파비위스 부대표를 비롯한 많은 저명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저항해 반대운동에 동참했고, 공산당, 일부 녹색당원, 노조원들, 반세계화운동 진영 등이 좌파진영에서 참가했다. 또 우파진영에서는 극우 민족주의자인 장 마리 르펜의 국민전선을 비롯해 대중운동연합에서도 많은 반란이 나왔다.

충격적인 결과로 인해 프랑스 정계 개편에 대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에 대한 정치적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경질은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이다.

이미 대중운동연합 대표로 시라크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민 니콜라 사르코지의 도전이 심화되면서 2007년 대권을 둘러싼 당내 유력 인사들의 대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찬반 진영으로 분열된 사회당도 심한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족주의 성향의 극우·극좌 정당 등의 정치적 입지는 당분간 강화될 것같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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