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EU 헌법 부결 파장
이달 초 동유럽을 포함한 25개 회원국 확대 1주년의 축배를 들었던 유럽연합(EU)은 반세기에 걸친 유럽연합 통합사에서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유럽연합 헌법이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선 25개국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국민투표는 지난한 협상 과정을 통해 어렵사리 마련된 유럽연합 헌법을 사문화한 셈이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주축국인 프랑스의 유럽헌법 거부 사태에 유럽연합 지도자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와 주요국들은 일단 비준과정을 계속해 나갈 것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6월1일 국민투표가 예정된 네덜란드 역시 반대 쪽 여론이 20%포인트 앞서고 있어 부결 사태는 걷잡기 어려운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
||||
법안 등 내부 재검토 최우선 과제로
유럽 통합운동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철저한 내부적인 자기반성의 시기를 거쳐야 할 형편이다. 유럽연합의 통상적인 업무는 계속돼 제도적 위기는 없겠지만, 이 기간에 무기력증을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유럽연합 집행위의 효율적인 기구 개혁이나, 터키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과의 가입 협상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특히 논란거리인 터키와의 가입 협상이 올 가을 제대로 시작할지도 불투명해졌다.
1992년 덴마크와 96년 아일랜드가 각각 유럽연합조약인 마스트레히트조약과 회원국 확대 등에 관한 니스조약을 국민투표에서 거부했던 것처럼, 프랑스가 두번째 국민투표 기회를 갖게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비비시>는 각국 정상들의 합의로 논란이 있는 일부 조항을 수정하고 민감한 내용을 삭제해 각국의 비준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프랑스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유럽연합 핵심국들의 통합 강화 움직임이 있을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과거 통합에 회의적인 움직임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가 ‘협박카드’로 사용하던 이 방안이 이번 위기 국면에선 정치적 동력을 얻기 어렵다. 유럽연합의 좀더 많은 회원국 국민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운 유럽통합의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 개괄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