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프랑스가 청나라에서 약탈한 뒤 대만에 반환 의사를 밝혀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된 토끼머리와 쥐머리 십이지신 청동상. 이집트가 지속적으로 독일 알테스 박물관과 영국 대영박물관에 반환을 요구중인 네페르티티 흉상과 로제타 스톤. <한겨레> 자료사진, 파리/AFP 연합
대만, 중국 눈치에 원명원 12지신상 기증 못받아
이집트, 파라오 유물 반환 안하면 루브르와 단절
이집트, 파라오 유물 반환 안하면 루브르와 단절
1860년 프랑스-영국 연합군이 베이징의 청나라 별궁 원명원(위안밍위안)을 파괴하고 약탈한 청동상 유물이 대만 정치권을 논쟁 속으로 몰아넣었다. 또 프랑스와 이집트는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파라오 무덤의 유물 반환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원명원의 청동 12지신상 가운데 토끼머리와 쥐머리상(왼쪽 사진)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인 피에르 베르쥬는 지난 5일 대만 고궁박물원에 해당 유물들을 기증하려 했으나, 박물관쪽이 중국을 의식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 언론에 “유물들을 대만 박물관에 기증하려 했지만, 그들은 중국과 분쟁의 씨앗을 만드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7일 대만 의원들은 저우궁신 고궁박물원장을 성토하고 나섰다. 국민당 리칭화 입법위원은 “왜 중화의 문물을 받지 않느냐. 무엇을 겁내느냐”고 다그쳤다. 저우 박물관장은 “그 유물들은 약탈됐으며 논쟁의 대상이다. 우리는 박물관의 윤리에 따라 논쟁이 되는 유물들을 소장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우둔이 행정원장(총리)은 고궁박물원이 청동상이 약탈 문화재인지, 베르쥬의 기증의사가 확실한지를 파악해 유물 소장을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청동상들은 지난해 사망한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소장했던 것으로, 동업자인 베르주가 올해 2월 파리 크리스티 경매에 매물로 내놔 중국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당시 중국 정부는 “약탈해간 문화재를 경매하는 데 반대한다”며 반환을 요구했고, 한 중국인이 이를 낙찰받은 뒤 대금 지불을 거불한 상태다. 베르쥬는 이를 중국에 반환하지 않고 대만에 기증할 뜻을 밝혀 새로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과 함께 제국주의 열강들에게 문화재를 약탈당한 대표적 피해국인 이집트도 프랑스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집트 고유물최고위원회는 7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도굴된 파라오 시대의 유물 반환을 거부했다며, 유물이 반환될 때까지 루브르박물관과의 모든 협력 관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반환을 요구한 유물들은 룩소르 인근 ‘왕가의 계곡’ 근처 고대 무덤에서 출토된 벽화 부조 4점이다. 루브르박물관은 카이로 남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파라오의 무덤 발굴 작업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이집트의 강력한 조처가 나오자 루브르박물관과 프랑스 문화부는 “선의로 사들였던 것”이라며 해당 유물들을 반환할 뜻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프랑스 정부의 과학위원회는 이번주 회의에서 이들 유물의 반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는 이외에도 제국주의 열강들이 빼앗아가 세계 유명박물관에 버젓이 전시하고 있는 대량의 문화재를 되찾아오기 위해 계속 노력해 왔다. 가장 유명한 것은 독일과 분쟁 중인 ‘네페르티티 흉상’(세번째 사진)과 대영박물관의 로제타 스톤(마지막 사진)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유물 분쟁에선 약탈해간 나라가 버티면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현행 유네스코의 약탈 문화재 반환 규정은 1970년 이후에 거래된 약탈 문화재에만 적용돼 한계가 있다. 19세기 영국 외교관이 반출해간 파르테논 신전의 벽화 조각(엘긴마블)을 소장한 대영박물관이 그리스의 끈질긴 반환 요구를 거절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19세기 제국주의에서 비롯된 ‘유물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