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사 수십명 체포…치료중 부상자등도 마구잡이 연행
5월 중순 정부군의 발포로 수백명의 시위대가 숨진 것으로 알려진 우즈베키스탄에서 경찰이 지난 주말 동안 반정부 인사 수십명을 체포했다고 야당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에 따라 우즈베크 정부가 반정부 세력에 대한 대규모 탄압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즈베크 인권운동가 등 10명은 유엔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 이번 체포사태를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보냈다.
우즈베크 경찰은 지난 30일 수도 타슈켄트에서 야당 인사 28명을 체포했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2주 전 안디잔에서 정부군의 발포로 민간인들이 희생된 데 항의하는 소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던 인권운동가인 바실라 이노야토바와 동료 27명이 이날 새벽 체포됐다. 우즈베크 정부가 불법화한 야당 비를리크(통일)당 대표이기도 한 이노야토바는 경찰서에서 전화로 “경찰이 우리가 페르가나 계곡의 시위와 관련된 테러범들을 숨겨줬다고 주장하며 최근 이틀 동안 우리 당원 수십명을 구금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통신>이 전했다. 이노야토바는 또 안디잔 사태의 도화선이 된 이슬람 사업가 23명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이들을 옹호하고 있는 인권운동가 2명도 28일 체포됐다고 말했다.
안디잔 주민들은 보안군이 한밤중에 집들을 급습해 정부군의 진압 당시 시위대에 참가했던 사람이나 목격자들을 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생존자들은 또 병원에서 치료받던 부상자들이 실종된 뒤 감옥으로 끌려갔으며, 실종된 친지들을 찾기 위해 병원을 돌아다니던 사람들도 연행됐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29일 존 매케인 의원 등 미국 상원의원 3명이 타슈켄트를 방문해 안디잔 사태에 대한 우즈베크 정부의 조처를 비판하고 국제적인 조사를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들 상원의원들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